미디어 추가 인수 계획 중…YTN 서울타워도 개발해 활용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유진그룹이 미디어 사업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한다. 콘텐츠 제작·유통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K-컬처와 K-산업을 연결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강희석 유진이엔티 대표이사는 9일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에서 열린 '유진그룹 미디어 사업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콘텐츠 분야 1조2000억원, 사업 분야 8000억원 등 미디어 분야에 총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현재 8대 2 수준인 콘텐츠 매출과 사업 매출 비율을 2030년까지 6대 4로 다각화하고,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사업 육성을 위해 유진그룹은 올해 미디어 중간지주사인 유진이엔티에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K-라이프스타일 분야 전문 미디어 추가 확보 △인수 미디어의 인공지능(AI) 전환 △미디어·콘텐츠 펀드 조성 등을 추진한다.
유진그룹은 그간 건자재와 금융서비스를 주축으로 성장해 왔다. 다만 기존 사업이 자본·노동집약적이고 내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 사업 영역을 모색해 왔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 왔다"며 "그중 하나가 미디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에 투자하며 방송 사업 경험을 쌓은 유진그룹은 당시에도 미디어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2024년 2월 보도전문채널 YTN을 인수하며 미디어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강 대표는 "YTN 인수는 이러한 전략의 출발점'이라며 "향후 100년을 보는 꾸준한 투자와 지속 가능한 성장 공식을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이 미디어 사업에서 주목하는 핵심 자산은 '신뢰'다. 미디어를 단순한 콘텐츠 제작·유통 사업이 아니라 '신뢰기반 사업'으로 재정의하고 검증된 정보와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데이터, 커머스, 이벤트, 공간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YTN은 객관성·공정성·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강점을 살리면서 한국 경제·산업 분야의 데이터와 콘텐츠까지 강화한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K-라이프스타일 분야 등 미디어 추가 인수·확보를 통해 다양한 K-컬처 관련 신뢰 기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가져온 미디어 산업의 환경 변화 속에서 광고와 수신료에 의존한 기존 미디어 사업 모델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좋은 미디어 기업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는 대체가 어려운 희소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K-산업에 대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미디어 기반 종합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그룹은 미국 미디어그룹 펜스케 미디어 코퍼레이션(PMC)의 성장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 PMC는 빌보드, 버라이어티, 롤링스톤 등 레거시 미디어를 인수한 뒤 데이터, 라이브 이벤트, 라이선싱 등 인접 사업으로 확장한 회사다. 유진그룹도 신뢰도 높은 미디어를 확보한 뒤 제작 인프라와 기술, 자본을 결합해 사업 외연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 추가 인수·확보에 대해 강 대표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면서도 "반드시 인수만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조인트벤처(JV)나 지분 투자 등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대상과 관련해서는 "꼭 인쇄 매체 기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취재와 에디토리얼 기능을 갖춘 미디어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산에 자리한 YTN 서울타워도 개발해 K-컬처를 확산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곳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그간 외부 위탁 방식으로 운영됐던 YTN 서울타워는 때마침 내년 1월 1일부터 YTN 직영 체제로 전환된다. 강 대표는 "서울타워 직영화가 YTN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YTN 서울타워의 노후 시설을 정비하고, 장기적으로 대대적인 리뉴얼도 계획 중이다. 강 대표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같은 곳에서 한국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수요도 있더라"라며 "이 장소를 미디어화해 K-브랜드들이 세계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력도 확대한다. 유진이엔티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지역 지상파 네트워크 기업인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 대표는 "싱클레어와는 보도, 심층 보도, 탐사 보도 등을 통해 한국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데이터 사업도 조금 더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지역은 유진그룹의 전략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진그룹은 미디어가 기존 주력 사업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레미콘을 필두로 한 건자재 유통 사업은 지난 50년 이상 그룹을 성장시켜 온 중요한 사업"이라며 "아직 미디어가 그룹의 주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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