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토 유물로 만나는 유교의 '마지막 예'

[더팩트ㅣ구미=정창구 기자] 조선 선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 했던 품격과 예(禮)의 정신을 되새기는 특별전이 8일 경북 구미시에서 막을 올렸다.
구미성리학역사관은 오는 10월 18일까지 정기 기획전 '선비의 마지막'을 개최하고 조선시대 상장례 문화와 선비들의 죽음관을 실제 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선보인다.
구미성리학역사관은 구미시가 운영하는 제1종 공립 전문박물관으로, 조선 성리학의 뿌리와 지역 유학자들의 학문, 유교문화를 연구·전시하는 공간이다.
야은 길재를 비롯한 구미 출신 성리학자들의 정신세계를 조명하며 상설전과 기획전, 인문학 강좌,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지역의 대표적인 유교문화 교육·전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삶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예를 다했던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상장례 문화를 통해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장에는 '논어', '사례편람' 등 유학 관련 고문헌을 비롯해 사대부가에서 실제 사용했던 제례 용품과 구미 지역에서 출토된 장례 유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수의와 염습 용품, 묘지명, 제례 용품 하나하나에는 고인을 향한 예와 남겨진 이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장례 관련 출토 유물은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안동고씨와 남평문씨 선조 묘역을 이장하면서 발견된 자료들이다.
해당 종중은 지역 문화유산 연구와 박물관 발전에 활용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들 유물을 성리학역사관에 기탁했다.
대표 유물로는 조선시대 구미를 대표하는 학자인 두곡 고응척 묘역에서 출토된 수의와 염습 용품, 복식류를 비롯해 우복 정경세와 창석 이준 등이 남긴 만사(輓詞)가 전시된다.
선비들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예로 마무리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또 문익점 후손인 문영 부부와 문현의 묘역에서 출토된 묘지명과 도자기류도 함께 공개됐다. 이들 유물은 임진왜란 이전 조선시대 장례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전시장 한편에는 300여 년 동안 영남 사대부가의 전통을 이어온 봉화 선돌마을 안동권씨 송석헌 고택에서 실제 사용했던 빈소 물품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선비가의 빈소를 재현한 공간을 둘러보며 조선시대 상장례 절차와 유교적 가치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실천됐는지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성리학역사관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유학과 선비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 조선시대 양반가의 상장례 문화를 실제 유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를 다했던 선비들의 가치관과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며,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던지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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