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이주명·진구의 탄탄한 연기 앙상블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신입사원 강회장'이 최고 시청률 13%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방송 전부터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원작자의 작품이라는 점,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승계 구도라는 공통분모로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신입사원 강회장'은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은 사업의 신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사고를 당하면서 원치 않는 2회 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5일 종영했다.
작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소설을 집필한 산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복수극을 촘촘하게 풀어내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같은 원작자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신입사원 강회장'은 기대만큼 부담도 컸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승계 전쟁, 인생 2회 차라는 설정까지 공통분모가 있던 만큼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입사원 강회장'은 '재벌집 막내아들'을 답습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로 인해 시청률 역시 3.7%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고 마지막회에서 13.6%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이야기의 호흡이었다. 재벌가 승계 구도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진 익숙한 소재다. 그러나 '신입사원 강회장'은 이를 단순한 권력 다툼으로 소비하지 않았다. 승계 구도라는 큰 틀 안에서 매회 새로운 사건을 배치했고 하나의 갈등이 마무리될 즈음이면 또 다른 변수와 반전을 꺼내 들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 중심에는 황준현(이준영 분)의 몸에 들어간 강용호(손현주 분)라는 설정이 있었다. 최성그룹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회장이 모든 경험과 판단력을 그대로 가진 채 신입사원의 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설정은 작품의 가장 큰 무기였다. 누구보다 그룹 내부를 잘 알고 있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판을 설계하는 과정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승계 전쟁도 단순히 후계자를 가리는 싸움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황준현은 강방글(이주명 분)을 후계 구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때로는 강재경(전혜진 분)과 손을 잡는 듯 움직이며 판을 뒤흔들었다. 여기에 강재성(진구 분)과 강방글, 강재경의 관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야기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후반부는 이러한 장점을 더욱 극대화했다. 강용호 사고의 진실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범인이 밝혀진 듯하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며 예상을 뒤엎었다. 병실 사건의 전말과 최성그룹을 둘러싼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렇다고 '신입사원 강회장'은 긴장감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무거워질 때마다 코믹한 상황과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더해져 극의 리듬을 살렸다. 이처럼 '신입사원 강회장'은 익숙한 재벌 드라마의 공식을 가져오면서도 빠른 전개와 연속되는 반전,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를 더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무리 탄탄한 이야기라도 이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갈 배우가 없다면 작품은 힘을 잃는다. 그런 의미에서 '신입사원 강회장'은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드라마였다.

이준영은 이러한 서사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었다. 그는 자유분방한 축구선수 황준현과 최성그룹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회장 강용호를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맡았다. 자칫 과장되거나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이준영은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눈빛과 말투 행동의 변화였다. 영혼이 뒤바뀐 이후 황준현에게서는 단순한 청년의 모습이 아닌 오랜 세월 기업을 이끌어온 경영자의 노련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단순히 손현주의 연기를 따라 하기보다 강용호라는 인물의 분위기만 가져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준영은 극의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조율했다. 신입사원으로 좌충우돌하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감각을 살렸고 승계 전쟁의 판을 설계하는 순간에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주명이 연기한 강방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강방글은 후계 구도의 중심에서 성장하는 인물이자 아버지를 향한 애증과 가족 간 갈등을 모두 안고 살아가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이주명은 이러한 캐릭터의 감정의 결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며 인물의 서사에 설득력을 더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주명의 연기는 더욱 빛났다. 황준현과 같은 편에서 움직이던 강방글은 황준현이 강재경의 편에 선 듯한 모습을 보며 큰 배신감을 느낀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돌렸다는 충격과 분노,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주명은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진구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극 초반 강재성은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야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욕망과 후회,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한다.
진구는 이러한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초반에는 승리에 집착하는 눈빛과 자신감으로 강재성의 욕망을 표현했고 후반부에는 연이은 실패와 배신 속에서 무너져 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어딘가 허술한 인간미까지 더해지면서 강재성을 단순한 악역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여기에 손현주 전혜진 김종태를 비롯한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역시 작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어느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캐릭터를 완성한 덕분에 승계 전쟁이라는 거대한 서사도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시작부터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원작자,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승계 이야기 등 닮은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익숙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빠른 전개와 연속되는 반전, 적절한 코미디와 미스터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어우러지며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재벌집 막내아들'과는 또 다른 웰메이드작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신입사원 강회장'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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