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점주 단체행동권' 법 개정 추진에 자발적 상생안 확대로 돌파구 모색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처분 위기에 직면했다. 공정위는 입점 업체들이 배달앱 본사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법안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배달업계가 자체 상생안을 확대하며 골목상권을 우군으로 포섭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온라인플랫폼 동반성장 평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쿠팡이츠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골목상권과의 상생 폭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배달시장 양강 주자인 두 업체가 일제히 골목상권에 손길을 내미는 이유는 소상공인과 실질적 협업 모델을 구축해 최근 불거진 공정위 압박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우선 배달의민족이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동반성장 평가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그간 자체적으로 펼쳐온 상생 활동 성과를 검증받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이 평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배달플랫폼과 오픈마켓 기업을 상대로 소상공인의 체감도 조사와 실제 상생협력 실적이 담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4년부터 외식업 교육센터인 '배민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 오프라인 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외식업주를 위한 경영 노하우는 물론, 배달앱·SNS 마케팅 등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됐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5년간 외식업주 자녀들에 총 90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동반성장 평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역할을 꾸준히 해왔음을 입증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맞서 쿠팡이츠는 올해 3월부터 '전국상인연합회'와 손잡고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전통시장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도우며, 쿠팡이츠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포장 서비스 중개이용료 무료 프로모션을 제공해 왔다. 중동 전쟁으로 포장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위해 친환경 봉투도 긴급 배포했고, 이들의 온라인 판매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맞춤형 컨설팅도 전개 중이다.
쿠팡이츠는 앱 내 '우리동네 전통시장' 기획전도 운영하며, 소비자들에 전통시장 우수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프로젝트 1호 시장으로 선정된 청량리종합시장 상점 100여곳의 3월 매출은 전월과 비교해 약 54% 증가했다. 쿠팡이츠는 전통시장의 실질적 성과를 기반으로, 배달앱과 지역경제가 상생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는 방침이다.

◆ 배달앱 폭발적 성장세에 불공정 행위도…공정위 '배민·쿠팡' 정조준
국내 배달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거래액은 2019년 9조원에서 2025년 40조원으로, 6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배달의민족 연 매출(연결 기준)은 5654억원에서 5조283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2019년 5월 배달업에 뛰어든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매출이 2조9006억원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공정 행위 논란도 발생했다. 두 플랫폼 모두 입점 업체를 상대로 음식 가격과 최소 주문 금액 등 앱 내 혜택을 경쟁사와 똑같거나 유리하게 맞추도록 한 '최혜 대우'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2023년 3월, 배달의민족은 2024년 5월 들어 입점 업체가 최혜 대우를 준수하지 않을 시 각각 자사 멤버십인 '와우매장'과 '배민클럽'의 무료 배달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며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외에도 배달의민족은 수익성이 높은 자사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을 우대하고, 입점 업체가 운영하는 '가게배달'보다 배달 속도가 빠르다고 광고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쿠팡이츠 역시 쿠팡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들에게 시스템상으로 배달앱 이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끼워팔기' 혐의가 추가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배달의민족의 △최혜 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배달 예상 시간 부당광고 등 3건 혐의와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 2건 혐의에 대해 각각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3개 혐의 모두에 대해, 쿠팡이츠는 최혜 대우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개선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해 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위법 여부를 확정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달의민족은 공정위가 지적한 위반 행위를 자진 시정하고, 입점 업체들에 3년간 3000억원의 상생안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역시 최혜 대우 요구 행위를 개선하고, 입점 업체들에 4년간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두 플랫폼 모두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며,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다. 이들의 위반 행위로 영향을 받은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다수 존재하며,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정식 본안 심의 단계에 들어가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배달의민족 3개 혐의에 대해 최대 5000억원을, 쿠팡이츠 2개 혐의에 대해 최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공정위는 배달앱 입점 업체들이 플랫폼 본사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법·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입점 업체들은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정산 주기 등 거래 조건을 놓고 플랫폼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입점 업체들은 배달앱 주문 거부와 같은 단체행동도 나설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공정위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배달의민족은 "상생과 동반성장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했고, 쿠팡이츠는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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