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골프
'신인 전관왕' 초읽기 김민솔...20년 전 신지애의 설렘이 온다 [박호윤의 IN&OUT]
한국 여자골프 차세대 이끌 거물 루키의 등장
한국 특유의 섬세함에 서구의 압도적 피지컬 겸비
또 한명의 세계 1위 기대


김민솔이 맥콜 · 모나 용평 오픈에서 연징 접전 끝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김민솔이 맥콜 · 모나 용평 오픈에서 연징 접전 끝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오랜 기간 골프를 포함한 스포츠와 관계를 맺어 오면서 많은 천재들의 등장을 목격해 왔다. 이런 부류의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순간이 있다. 기록보다 먼저 직감이 찾아오는, '아, 이 선수는 뭔가 다르다'는 예감이다. 박세리가 그랬고, 신지애가 그랬으며, 몇 년 전 배드민턴의 안세영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 KLPGA투어를 바라보며 김민솔(20)에게서 그런 기운이 읽힌다. 설명하기 어려운 '초대형 스타의 향기'다.

물론 아직 스무 살에 불과한 신인이다.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벌써 '역대급 슈퍼스타의 출현'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언론은 벌써 그가 신인왕을 넘어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까지 휩쓰는 '전관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시즌 3승을 거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장 과정과 경기 내용,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모든 요소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시선 역시 이미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여자골프의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김민솔은 단순한 '공 잘 치는 신인'이 아니라 한국 여자골프의 다음 시대를 이끌 재목이라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록이 말해준다.

#'신인 전관왕' 달성하면 신지애 이후 20년 만의 쾌거

KLPGA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을 한 시즌에 모두 차지한 전관왕은 신지애와 서희경, 김효주, 전인지, 이정은6 등 시대를 대표한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이다. 그 가운데 '신인' 신분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낸 선수는 한국 여자골프 역사상 단 한 명, 2006년의 신지애뿐이다. 그리고 정확히 20년이 흐른 지금, 김민솔이 그 역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올해 그는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벌써 시즌 3승을 쓸어 담았다. 최고 권위의 메이저 무대에서 보여준 담대한 경기 운영은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이미 신인상과 다승, 상금,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평균타수 역시 간발의 차 2위다. 시즌이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어 예단은 금물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KLPGA의 모든 개인 타이틀 경쟁이 김민솔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민솔(왼쪽)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임지유(가운데), 유현조와 시상대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chocrystal@newsis.com
김민솔(왼쪽)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임지유(가운데), 유현조와 시상대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chocrystal@newsis.com

#국내 성적만으로 세계랭킹 15위...LPGA 진출 전 이미 세계 톱클래스

국내 무대를 평정하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김민솔은 이미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 주장으로 2023년 세계여자아마추어팀선수권에서 우승해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고, 프로 데뷔 후에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주 맥콜 모나 용평오픈으로 시즌 3승을 거두자 세계랭킹이 15위까지 상승, LPGA에 진출하기도 전에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몇 승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LPGA투어에 진출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더 나아가 언젠가 세계랭킹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다.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김민솔의 가장 큰 무기는 178cm의 압도적인 피지컬이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체격 조건이다. 큰 스윙 아크에서 나오는 시원한 장타는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진짜 강점은 큰 키가 아니다. 큰 체격을 지녔음에도 아이언 샷의 정교함과 쇼트게임, 위기관리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흔히 장타자는 섬세함이 부족하고, 정교한 선수는 비거리가 아쉽다는 고정관념을 김민솔은 자연스럽게 허물고 있다.

김민솔이 지난 4월 경북 구미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iM 금융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KLPGA
김민솔이 지난 4월 경북 구미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iM 금융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KLPGA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성장 속도다.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2부 투어를 평정했고, 정규투어에서도 2승을 올려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 정식 루키가 되자마자 메이저를 포함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대부분의 신인들이 투어 적응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김민솔은 오히려 투어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신지애가 떠오른다. 단지 기록이 닮아서가 아니다. 두 선수 모두 프로 데뷔와 동시에 투어의 질서를 바꿔놓았다. '유망주'가 아니라 곧바로 '투어의 중심'이 됐다는 점이 닮았다. 신지애는 세 시즌 만 국내투어에서 뛰고 바로 LPGA로 무대를 옮겨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기를 열었다.

#한국 특유의 섬세함에 서구의 피지컬을 얹다

흥미로운 것은 김민솔이 한국 여자골프의 전통적인 장점과 현대 골프의 흐름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이다.

신지애와 고진영이 정교한 아이언 샷과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세계 정상에 섰다면, 최근 LPGA는 넬리 코다를 비롯한 장신 선수들의 파워 골프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김민솔은 이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다. 서구 선수들 못지않은 피지컬과 장타를 갖췄으면서도 한국 선수 특유의 정교함과 끈질긴 쇼트게임을 함께 보여준다. 선배들이 일궈낸 강점 위에 현대 골프가 요구하는 피지컬 경쟁력까지 더한 모습이다.

신지애(오른쪽)가 지난 2023년 국내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유해란, 고진영, 리디아 고(왼쪽부터)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신지애는 국내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뉴시스
신지애(오른쪽)가 지난 2023년 국내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유해란, 고진영, 리디아 고(왼쪽부터)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신지애는 국내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뉴시스

돌이켜보면 한국 여자골프는 시대를 바꾼 천재들을 주기적으로 배출해 왔다. 박세리가 세계의 문을 열었고, 신지애가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시대를 이끌었으며, 박성현과 고진영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2026년, 우리는 또 한 명의 특별한 재목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민솔이 언제 LPGA투어에 진출할지, 그리고 정말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답은 앞으로 수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KLPGA 무대는 이 거물 루키에게 조금씩 좁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년 전 신지애를 처음 바라보며 느꼈던 설렘이 그랬다. 지금 김민솔을 보며 다가오는 기대감도 그 때의 기억과 닮아 있다.

신지애(오른쪽)가 지난 2023년 국내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유해란, 고진영, 리디아 고(왼쪽부터)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신지애는 국내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뉴시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