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국민적 비난 여론 일파만파
경찰, 홍명보 살해 협박 글 작성자 추적

[더팩트ㅣ이다빈·이예리·김태연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30일 귀국한 가운데 홍명보 전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홍명보 출입금지'를 내건 식당이 늘고 있고, "축구대표팀 감독에 지원하겠다"는 영상도 올라왔다. 다만 홍 전 감독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오면서 경찰은 작성자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양식당 출입문에는 직접 그린 홍 전 감독의 얼굴과 함께 '홍명보 출입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업주 임현식(31) 씨는 "원래 축구에 관심이 있진 않지만, 이번엔 워낙 말이 많아서 보게 됐다"며 "경기와 인터뷰를 모두 봤는데 감독의 역량을 떠나 태도 때문에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일식당에도 '홍명보는 출입금지'라는 문구와 못마땅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그려진 종이가 출입문에 붙어 있었다. 오른쪽 상단에는 태극기도 그려져 있었다. 식당 SNS에는 "축구 보다가 답답해서 결국 문 앞에 붙여버렸다"며 "우리 매장 청정구역 사수를 위해.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멈칫하고 다들 피식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식당 앞을 지나던 40대 남성 1명과 여성 1명은 문구를 소리 내 따라 읽었다. 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리며 헛웃음도 터뜨렸다.
직장인 김환희(28) 씨는 "지고 있는 경기에서 공격할 의욕도 없어 보이는 팀은 난생 처음 봤다"며 "선수들이 좋아도 감독이 무능하면 이길 수가 없다. 연봉 20억원이나 받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사퇴해도 4년을 기다린 선수들과 팬들의 허망함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지적했다.
박모(28) 씨는 "홍명보의 전술이 뭐였는지도 잘 모르겠고, 선수들을 잘 통제하는 것 같지도 않다"며 "선수들 라인업이 너무 좋은데 경기를 못한 건 무조건 감독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전모(26) 씨도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감독과 축구협회가 말아먹었다"면서 "한국이 32강에 진출하지 못한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온라인에서도 홍 전 감독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스레드(Threads),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혹시나 날아올 계란을 대비해 골키퍼를 앞세워 입국하는 홍명보의 전략적 배치. 전략전술 할 줄 아네", "홍명보는 이제 한국에서 못 돌아다닌다. 미국으로 가자", "역대 최악의 감독이다.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너무 답답하다. 심장에서 피가 제대로 안 도는 느낌인데 누가 홍명보 뒷통수 한 대 때려주면 좋겠다" 등 수천건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홍 전 감독의 사퇴 발표 후 태도를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자긴 돈 받았으니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같다". "아무튼 너희가 원한 게 사퇴지. 사퇴할게", "질문도 안 받고 녹화본처럼 감상문 읊은 다음에 주머니 퇴장으로 화룡점정"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유튜브에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지원 영상. 내가 적임자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지원 영상(최연소부문)' 등 축구대표팀 감독에 지원한다는 영상 30여개가 올라왔다. 전날 게시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지원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조회수는 66만회에 달했다. 분량은 49초에 불과했다.
이 영상에서 20대 남성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뒤 "이번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지원하게 됐다. 더는 못 봐주겠어서 지원했다"며 "만약 감독이 돼 연봉 20억원을 받으면 1억원만 쓰겠다. 선수단에게 사인해달라고 안 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조회수 2200회를 기록한 또 다른 영상에는 "축구 하나도 모르는데 저도 감독 할 수 있을 것 같아 축구대표팀 감독에 지원했다"며 "매 경기 질 때마다 오답노트와 반성문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일각에선 도 넘은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현솔(26) 씨는 "감독에 대한 비판은 좋지만 감독 하나만 붙잡고 몰아 세우는 건 격이 낮은 분노로 보인다"고 했다. 이규태(50) 씨는 "감독 한 명한테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과열된 느낌이라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을 겨냥한 살해 협박 글도 등장했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명보 죽이겠다", "홍명보 나가. 명보 나가. 보이면 죽는다", "홍명보, 대한민국 국민들 마음 속에서 이미 떠났다. 명복을 빌어드리려 3일장을 치렀고, 보니 오늘이 발인이다", "한국인들은 아직까진 온정적인 편이다. 다른 나라였으면 이미 살해 당했다", "우리나라 총기 소지 국가면 위험한가" 등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가입자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며 "공중협박 혐의 적용 여부는 대상자를 찾아 게시글을 올린 경위와 의도 등을 확인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일정을 마친 홍 전 감독과 축구대표팀은 이날 오전 3시51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굳은 표정으로 귀국했다. 경찰은 기동대와 공항경찰단 소속 경찰관 등 160명을 배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특수경비원과 자회사 직원 25명을 투입해 안전 사고에 대비했다. 성난 축구팬들이 고성과 야유를 지르며 일대가 혼잡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최종 순위는 34위로 한국의 월드컵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에 그쳤고 32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홍 전 감독은 귀국 하루 전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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