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반도체, 중장기엔 AI 인프라 순환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투자축으로 떠올랐다. 반도체에 집중됐던 투자 관심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로봇 등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정부 메가프로젝트에 전력·데이터센터까지 AI 생태계 확대
30일 금융투자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우선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한다. 정부는 전력·용수·부지 등 첨단산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피지컬AI와 AI 데이터센터 구축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AI로봇 강국 도약을 위한 '3M 전략'을 추진해 주력 제조업의 AI 전환(M.AX)을 가속화하고 제조업과 로봇산업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는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총 8.4GW 규모로 구축한다. 투자 규모는 약 550조원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시장 쏠림이 심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시장 전반의 상승 폭을 보여주는 등락비율(ADR)은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 59.79%, 코스닥 55.04%까지 떨어졌다. 소수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이 같은 투자 쏠림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설비투자 지원이 현실화되면 반도체를 비롯해 전력기기와 데이터센터 장비, 로봇 등으로 수혜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AI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종목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정부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와 HBM 후공정 투자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의 이익 가시성이 연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부장 종목 가운데에서도 장비 업체가 주목된다. 선제적인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서는 소재·부품보다 장비 투자가 먼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에스티아이, 한양이엔지 등 인프라 업체와 테스, 원익IPS, 유진테크 등 전공정 장비 업체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송배전 설비, 초고압 전선 등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주목받는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이 관련 종목으로 꼽힌다.

◆ 주도주 오래 못 가는 한국 증시…투자자들 시선은 '순환매'로
증권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기간 시장 주도주를 바꾸기보다 AI 관련 업종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난 29일 코스닥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와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에 힘입어 8%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쏠림이 일부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2차전지와 바이오 중심의 순환매가 유입되며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ADR도 코스피는 68.96%, 코스닥은 64.45%까지 반등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수 종목 중심의 강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빅2를 중심으로 시장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주요 증시에서도 특정 산업과 소수 기업이 장기간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은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연 연구원은 이어 "한국 증시는 어느 한 업종이 무대를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 시대의 글로벌 수요와 이익 사이클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업종들이 주기적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릴레이에 가깝다"며 "반도체가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주도 업종은 결국 교체돼 왔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당분간은 반도체 중심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프로젝트가 중장기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투자가 실제 집행되는 시점마다 AI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순환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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