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서킷 위에서 온몸으로 증명해 낸 선수가 있다. 미사리 수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정의 대들보, 김민준(13기·A1)이 그 주인공이다.
2026시즌 경정이 전반기 단 한 회차만을 남겨두며 반환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다승 왕좌를 향한 각축전이 점입가경이다. 26회차 기준 '전통의 강호' 심상철(7기)이 29승으로 선두를 달리는 중이며 박원규(26승), 김완석(25승), 조성인(24승)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 쟁쟁한 연승의 한복판에서 23승을 거두며 매서운 기세로 선두권을 압박하는 김민준의 행보에 경정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산 298승을 기록 중인 그는 이제 단 2승만을 남겨두며 개인 통산 '300승 고지'라는 대기록의 문턱에 섰다.
◆ 평범했던 신인, '0.18초의 마법'으로 정상에 서다
돌이켜보면 김민준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데뷔 첫해 그가 거둔 승수는 단 2승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곧바로 14승을 몰아치며 잠재력을 폭발시킨 그는 매 시즌 계단을 밟듯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그를 정상급 반열에 올린 최고의 무기는 단연 독보적인 '스타트 능력'이다. 신인 시절 평균 스타트 타임 0.24초로 가능성을 타진했던 그는 이후 13시즌 동안 평균 0.20초의 벽을 유지했다. 특히 최근 3시즌 동안은 0.18초라는 가공할 만한 정밀 스타트를 선보이며 경정 최고의 '스타트 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처럼 공격적이고 과감한 슬릿 통과를 감행하면서도, 경정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사전 출발 위반(플라잉) 횟수가 13년 통산 단 3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담함 속에 정교한 제어력을 동시에 갖춘, 그야말로 '외유내강형' 레이서라는 평가가 따르는 이유다.

◆ 밤낮없는 연구와 정비…노력이 빚어낸 '철저한 자기관리'
경정 전문가들은 김민준을 일컬어 "가장 경정에 진심인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경주가 끝난 후에도 피트실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주행 영상을 모니터가 닳도록 반복 분석하는 것은 이미 그의 오랜 루틴이다.
모터와 프로펠러 정비에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정성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상급 선배들의 주행 궤적을 철저히 분석해 장점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선회력은 혹독한 개인 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보완해 냈다. 천재적인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독한 노력을 더해 스스로를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다.
◆ '한 시즌 51승' 대기록…통산 300승 넘어 '그랜드슬램' 향해 질주
김민준의 진가는 기복 없는 '꾸준함'에서 나온다. 2015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이래, 코로나19 팬데믹 기를 제외하면 매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023년 48승으로 생애 첫 다승왕에 올랐고, 2024년에는 무려 51승을 합작하며 경정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승 시대'를 개막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해(2025년) 역시 45승을 수확하며 통산 두 번째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미 최고 권위의 서울올림픽배(2023년)를 비롯해 쿠리하라배(2022년), 그랑프리(2023년)를 모두 제패하며 큰 무대 검증도 마쳤다. 비록 올 시즌 스피드온배와 왕중왕전에서 연이어 준우승과 아쉬운 침묵을 삼켜야 했지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달성될 것이실해 보이는 통산 300승 고지를 밟은 뒤, 남은 메이저 대상경주를 마저 쓸어 담아 진정한 의미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경정코리아 이서범 전문위원은 "김민준은 빠른 스타트는 물론 상황 대처 능력과 모터 세팅 능력이 정점에 달한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은 선수"라며 "전반기 막판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후반기 300승 달성은 물론,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만성의 정석을 보여준 김민준의 질주가 미사리 수면 위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새겨넣을지 팬들의 심장이 벌써부터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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