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광활한 우주 비주얼은 볼거리

[더팩트|박지윤 기자] 히어로 무비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한 공식에서 비롯되는 쾌감과 예상 가능한 결말에도 빠져들고 마는 알고도 당하는 맛에 있다. 하지만 '슈퍼걸'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낯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함은커녕 장르의 무기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슈퍼걸'(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은 우주적 문제아이자 외톨이로 불리던 슈퍼걸(밀리 앨콕 분)이 인생을 뒤바꿀 사건의 시작인 절대 악에 맞서며 진정한 나만의 길을 찾게 되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1984년 흥행에 실패한 후 42년 만에 나온 슈퍼걸 영화로, 톰 킹의 그래픽노블 '슈퍼걸: 우먼 모브 투모로우'를 바탕으로 한다.
크립톤인 카라 조엘(밀리 앨콕 분)은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크립토와 살며 매일 술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무기력하게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적단의 우두머리 크렘(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에 의해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루시(이브 리들리 분)를 만난다.

어린 자신의 복수를 함께해 줄 어른을 찾던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던 카라 조엘은 크립토가 크렘의 독을 맞고 우주선도 빼앗기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결국 카라 조엘은 크립토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해독제를 찾기 위해 루시와 손잡고 크렘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카라 조엘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고향 행성의 멸망을 겪고 우주를 표류하며 방황하게 된 사연부터 크립토와 사촌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 분)을 만난 첫 순간까지의 과거를 통해 왜 그가 슈퍼맨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면서 손발이 맞지 않았던 카라 조엘과 루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거듭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크렘과 맞서 싸우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해독제를 손에 넣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고 도적단에 붙잡혀 있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구하고, 복수심에 휩싸인 루시가 악인을 직접 처단하는 걸 막으면서 인간의 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카라 조엘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말이다.
'슈퍼걸'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전작들을 봤다면 당연히 더 재밌겠지만 이를 몰라도 감상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 가운데 가족을 잃고 삶의 목적이 사라진 히어로가 세상의 모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는 틀 안에 인물의 불안과 고뇌를 가감 없이 비추면서 초인적인 능력과 함께 인간적인 흔들림을 녹여내는 부분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펼쳐지는 이야기에 재미도 매력도 설득력도 없다 보니 끝에 피어나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초반에 등장하는 크렘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검을 위해 루시의 가족을 몰살시키는 잔혹한 악인으로 그려지며 위압감과 공포심을 심어주는데 이러한 짓을 벌인 목적이 여자아이를 잡기 위함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노란 태양의 빛이 있는 한 무적이 되는 슈퍼걸과의 능력치 차이도 심하니 주인공과 메인 빌런의 대결은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실패한다. 여기에 적과 아군 그 어딘가에 있는 로보(제이슨 모모아 분)는 배우의 연기와 별개로 꼭 필요한 캐릭터인지 의문만 남는 활용도를 보여준다.
그나마 볼거리는 슈퍼걸이 된 밀리 앨콕의 활약이다. 때로는 소녀의 얼굴을, 때로는 영웅의 얼굴을 한 그는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노란 태양의 빛이 존재하는 한 마음껏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전용 마취제를 맞아도 이겨내는 막강한 파워를 지니는 인물의 타격감 넘치고 시원한 액션 시퀀스도 완벽하게 소화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광활한 우주에 자리하고 있는 웜홀 버스와 은하계 휴게소 등 다양한 배경과 이를 채우는 150종 이상 외계 생명체들의 각기 다른 비주얼도 흥미롭다.
DC스튜디오는 기존 영화 세계관을 과감하게 지우고 제임스 건 감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관 DCU를 구축 중이다. 그러면서 리부트를 선언한 '슈퍼맨'을 첫 작품으로 출격시켰다가 국내에서 86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한 가운데, '슈퍼걸'로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8분이다. 쿠키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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