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행정의 신뢰는 더 중요하다

[더팩트ㅣ구미=정창구 기자] "평당 148만 원짜리 산업 용지를 1000원에 공급하겠습니다."
구미시가 내놓은 반도체 투자 유치 승부수는 그 자체만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구미 국가5산단 82만 평을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인센티브 규모는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반도체 팹(Fab)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된다. 수도권과 호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가 쏠리는 현실에서 구미시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정책의 진정성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을 뒷받침하는 절차와 실행 가능성이다.
취재 과정에서 구미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반도체 팹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이 투자 의사를 밝히면 그때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연간 500억~3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재정을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시의회와 지역 국회의원, 경북도와도 기자회견 이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평당 1000원 공급은 기존 산업단지 분양 체계와 비교하면 파격을 넘어 혁신적인 수준이다.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공유재산 관리, 투자유치 관련 조례, 재정 운용, 지방채 발행, 산업단지 관리계획 변경 등 수많은 법적·행정적 절차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높은 가격으로 산업 용지를 분양받은 기존 입주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물론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수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미국 역시 대규모 투자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파격적인 지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외 사례와 우리 지방정부의 권한은 동일하지 않다.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법적 근거가 함께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1000원 공급'이라는 숫자만큼이나 구미시의 절박함을 보여준 상징적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 이후의 로드맵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어떤 법적 근거를 적용할 것인지, 의회와 시민들의 공감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기존 기업과의 형평성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투자는 기업이 하지만 신뢰는 행정이 만든다.
구미시가 던진 파격적인 승부수가 단순한 구호로 끝날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지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 보여줄 실행력과 절차의 완성도가 결정할 것이다.
tk@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