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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통합돌봄⑦] "돌봄 목표는 지역공동체 회복…민관 협력 강화해야"
돌봄 서비스 책임지는 지역 공동체
"지역공동체 회복으로 고립과 단절 해소해야"


지난 9일 고정우 성남 우리한의원 한의사가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온 김 모(88) 할머니를 방문했다. /조성은 기자
지난 9일 고정우 성남 우리한의원 한의사가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온 김 모(88) 할머니를 방문했다. /조성은 기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강경옥(61) 씨는 지난 3월부터 건강돌보미로 활동 중이다. 지역의 노인들을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는 서비스다. 본래 집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간단한 게임 정도 하는 게 주업무지만 강 씨의 활동은 집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강 씨는 지난 3개월가량 거동이 불편한 황 모(82) 할머니와 산책을 하며 재활을 도왔다. 처음 집안에서만 있던 황 할머니는 지금은 보행기를 하고 혼자 운동장을 돈다.

강 씨는 "대화를 나누는 게 원래 업무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만나면 어르신들께 무엇이 필요한지 눈에 보인다. 그럼 모른척 할 수가 없다"며 "할머니가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돌봄은 재활·의료와 뗄 수 없는 서비스다. 강 씨는 "어르신들을 돌보다보니 우리동네, 내 주변 어르신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누구나 나이가 들고 혼자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그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官)의 빈 자리를 채우는 건 민(民)이다. 노쇠, 장애, 질병을 가진 이들이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과 동네'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돌봄통합지원법'이 지난 3월 27일 기점으로 전국 시군구에서 본격 시행됐다. 제도화 3개월을 맞이한 지금,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돌봄 사각지대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강 씨가 속한 노원 함께걸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센터(의료사협)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함께걸음 의료사협이 운영하는 마을의원은 방문진료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18일 마을의원에서는 송 모(81) 할아버지에 대한 사례회의가 열렸다. 송 할아버지는 보행이 매우 불안정하고 자주 넘어지는 환자다. 고혈압과 고혈당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병원에 방문하기를 꺼린다. 지난달 지인의 소개로 의료사업의 방문진료 서비스를 받게 됐다.

회의에는 방문진료에 참여하는 의사와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이 참여한다. 사례회의에서는 송 할아버지의 상태만을 다루지 않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살핀다. 조지선 마을의원 간호과장이 "송 할아버지의 아내인 어머니께서 오랜 돌봄과 간호로 많이 지친 것 같다"고 하자, 김종희 마을의원 원장은 "어머니 입장에서의 어려움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최봉섭 함께걸음 의료사협 전무이사는 "통합돌봄은 시행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통합돌봄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돌봄 사업이 지자체마다 편차가 있는데, 노원구는 구청장이 돌봄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 여러 사업이 잘 진행되는 편이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사업이 관 위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뤄지는 돌봄 사업은 민간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돌봄이 어느 한 단체나 지자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지역 주민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서로를 돌보면서 주민 간, 지역 단체 간 협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지역에서 주민 조직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여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성남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김영희 케어매니저와 조정옥 사무처장이 경기 성남시 태평동 일대에서 간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지난 4일 성남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김영희 케어매니저와 조정옥 사무처장이 경기 성남시 태평동 일대에서 간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경기 성남시에서는 미온적인 관을 대신해 민간이 통합돌봄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성남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찬을 가져다주는 식사서비스를 비롯해 간식 서비스, 말벗 서비스, 방문한의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시의 예산을 받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인근 시장 상인들의 기부와 현물지원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9일 방문한의에 나선 고정우 우리한의원 한의사는 "방문진료는 환자와의 1대 1 교류"라며 "하루 종일 집에만 갇혀 고립되어 있던 분들이 누군가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큰 위안과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이날 방문한의팀은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온 김 모(88) 할머니 등 12명의 어르신을 방문했다. 고 한의사는 김 할머니의 기저질환과 평소 복용하는 약물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누워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관절 운동법 등을 세심하게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아들이 지방에 있어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방문한의 진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고 한의사는 "방문의료는 단순한 신체적 치료를 넘어 고립된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는 단초"라고 말했다.

현장의 돌봄 활동가들은 현행 공공 돌봄 시스템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혹은 만 65세 이상이라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요구하지만 사각지대는 그 빈곳에 넓게 퍼져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 모(63)씨는 만 65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복지관 이용과 정부 요양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 생활고로 두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영향으로 뇌졸중을 앓았다. 병원에 다니고 싶지만 예약 시스템이 번거로웠다. 구 씨는 간식을 전해주러 온 김영희 케어매니저에게 "다음에 병원에 함께 가 달라"고 요청했다. 23세 때 사고로 지체장애를 얻은 지적장애인 배 모(39) 씨 역시 정부가 규정한 '65세 미만 중증 지체·뇌병변 장애인'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배 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 안전바 등을 설치해주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배 씨가 사는 건물은 건축대장을 뗄 수 없는 불법·노후건축물이었다. 김 매니저는 "행정절차가 까다로워 관의 도움을 받으려면 3~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성남의료사협은 이러한 공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목욕 서비스를 신청한 지 사흘만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한 어르신의 사연이 계기가 됐다. 거동이 불편했던 한 어르신은 6년 동안 전구를 교체하지 못해 암흑 속에서 살기도 했다. 김기명 이사장은 "아무리 좋은 서비스여도 필요한 때 바로 제공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복지 서비스의 신뢰를 보장하고, 민간은 유연함과 기동성으로 사각지대를 발굴할 수 있다"며 "민관의 유기적인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돌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돌봄 제공 횟수'나 '투입 예산' 같은 숫자와 비용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관계망 회복'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돌봄의 본질은 고립과 단절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수조원 예산을 써도 통합돌봄은 허울뿐인 체계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는 정부가 민간에 복지서비스를 위탁하고 재정을 투입하면서 민간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라며 "현장에서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민간은 공무원들보다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요구사항에 대해 더 잘 안다. 관이 민간의 여러가지 요구 사항이나 어려움을 반영해서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수평적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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