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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 "왜 또 빼는데!"…광화문 응원, 실망이 지나쳐 분노로 변했다 [오승혁의 현장]
26일 광화문광장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남아공 거리응원
함성보다 탄식이 더 컸던 광화문… 시민들 "플레이 단조로워"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패배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광화문=박상민 기자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패배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광화문=박상민 기자

[더팩트|광화문광장=오승혁 기자] "아 진짜!" "아, 도대체 왜!"

"멕시코가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우리는 뭐 하는 거냐고!"

"(홍명보) 나가라!"

26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려는 시민들로 일찌감치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변했다.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 시민들의 얼굴은 밝았다. 한 수 아래의 남아공을 제물삼아 가볍게 32강에 오를 것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모처럼 마음 편하고 기분좋게 응원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5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남아공전에 후반 교체투입된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7)이 경기가 0-1로 패한채 끝나자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채 침통해하고 있다./몬터레이(멕시코)=KFA
25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남아공전에 후반 교체투입된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7)이 경기가 0-1로 패한채 끝나자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채 침통해하고 있다./몬터레이(멕시코)=KFA

경기 시작 1시간여 전부터 광화문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경기 중계가 이뤄진 KT빌딩 전광판 앞과 세종대왕상 일대 응원 구역은 A·B·C 구역으로 나뉘었고, 자유관람존인 C구역은 물론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로비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반전 종료 시점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약 2만 8000명이 모였다. 붉은 티셔츠와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은 페이스페인팅과 머리띠, 응원봉까지 준비한 채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관리도 분주했다. 경찰과 소방은 "계속 이동하세요", "멈춰 서지 마세요", "위험합니다"라고 반복하며 통행로 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중장년 남성은 "잠깐 서서 보고 싶은데 왜 계속 가라고 하느냐"고 항의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곧 현장을 벗어났다.

경기 시작 전까지 광장의 분위기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킥오프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공과의 최종전이 25일 오전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표팀의 실점으로 아쉬워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공과의 최종전이 25일 오전 열린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표팀의 실점으로 아쉬워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대표팀이 답답한 경기력을 이어가자 광장 곳곳에서는 "아...", "왜 저래", "도대체 왜"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결정적인 기회를 번번이 놓칠 때마다 수만 명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고, 응원 함성은 어느새 분노 섞인 외침으로 바뀌었다.

후반 18분 남아공에 선제골을 내주자 광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민들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거나 고개를 숙인 채 전광판만 바라봤다. 곳곳에서는 "끝난 것 아니냐"는 체념과 함께 "이걸 어떻게 지냐", "우리가 너무 못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나가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경기 운영과 교체를 둘러싼 불만도 쏟아졌다. 손흥민이 선발에서 제외된 데 이어 후반 김민재마저 교체되자 현장에서는 "왜 빼는데!", "뭐 하는 거야!"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후반 막판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더욱 격앙됐다.

"멕시코가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우리는 뭐 하는 거냐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다른 경기 결과가 한국에 유리하게 흘러갈수록 대표팀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후반 추가시간 6분. 시민들은 "제발 한 골만!"을 외치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광장에는 긴 탄식만 남았다.

홍명보호는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살리지 못했다. 자력 진출이 무산된 한국은 이제 다른 조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같은 시각 열린 A조 다른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완파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으며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왔던 인연은 8년 만에 반대로 이어졌지만, 대표팀은 끝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김채연(20) 씨는 "플레이가 너무 단조로웠던 것 같다"며 "팀워크를 더 끌어올리고 다양한 전술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응원에 나선 김태희(20) 씨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아쉬운 경기였다. 더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초민(20) 씨도 "경기 운영이 단조로웠다.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연인인 함현식(28) 씨와 백진희(26) 씨는 "대표팀뿐 아니라 축구 행정도 더 투명해져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응원은 계속 하겠지만, 오늘 경기는 너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시작 전 광장을 가득 메웠던 기대감은 종료 휘슬과 함께 대표팀을 향한 분노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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