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광주=최치봉 기자] 광주시가 술렁이고 있다. 해방 이후 농어촌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한 도시가 획기적 산업 대전환을 앞두었기 때문이다. 광주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다.
광주 첨단3지구엔 반도체 첨단 패키징 후공정 팹(공장)과 AI데이터센터 등이, 광주공항 부지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공정 팹이 각각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25일 정부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국토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민관 합동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일대에 300조~400조 원을 투입하는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한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반도체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토론에서 "현재 추세로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미 예고돼 있던 설비 건설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2클러스트 조성을 위해 거대 입지와 전력, 용수 지원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광주·전남 일대 반도체 공장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광주 첨단3지구와 광산구 금호타이어부지, 빛그린산단, 남구 에너지밸리 등 도심권과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일대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첨단3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도심권 산단은 여유 부지가 마땅치 않고, 해남 솔라시도는 정주 여건 등이 뒤떨어져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90여만㎡(27만 평) 가량의 여유 부지를 갖춘 첨단3지구에 후공정인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첨단3지구에 40여만㎡(12만 평) 가량의 부지 확보를 타진한 것으로 광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첨단3지구 일대는 패키징 산업 집적에 유리한 입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부지와 용수 문제 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첨단3지구 일대는 AI 핵심 자원(국가 AI 데이터센터)과 인프라(실증 장비·AI 반도체)를 집약한 AI 집적단지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세계적인 패키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 공장이 이미 첨단지구에 자리하고 있으며, 앰코는 1조 원을 들여 광주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이같은 입지 여건이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팹 건설에 유리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전공정 팹이다. 넓은 땅과 정주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용수 확보가 관건이다.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공항은 이들 모든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서쪽으로는 평동산단과 송정권, 동쪽으로는 상무지구와 이웃하고 있으며 바로 코앞에 KTX가 통과하는 광주송정역이 자리하고 있다.
무안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공항 부지는 820만㎡(약 248만 평)에 이른다. 군공항과 함께 이전 예정인인 탄약고 부지까지 합하면 서울 여의도의 5~6배인 1650만㎡(약 500만평) 규모다. AI첨단산업 클러스터와 스마트 시티, 연구개발(R&D)단지, 공원·녹지공간 등 주거 산업 복합지구로 개발이 가능하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용수 확보가 용이한 점도 큰 이점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수돗물보다 더욱 고도처리된 청정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1일 수돗물 생산량은 약 50만t이다. 이 가운데 가정용이 50~60%, 업무용 20~30%, 산업용 10~15%에 이른다.
광주공항이 자리한 서남권은 주암호 계통인 남구 덕남정수장 물을 사용한다. 덕남정수장은 하루 21만t 가량의 수돗물을 생산한다. 정수장과 공항이 위치한 송정권 사이에는 직경 1300~1500밀리 대형 송수관이 통과한다. 광주시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덕남정수장은 현재 생산량의 2배인 하루 44만t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나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의 하루 용수 사용량이 13만~20만t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광주공항에 두 회사의 전공정 팹이 들어서더라도 용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총저수량 4억 5000여만t(만수위)인 주암호의 풍부한 수량과 덕남정수장 확장 또는 시설 개선을 통해 충분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도 용수 공급 시설 확장과 생산량 증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공항 일대를 전공정 팹 후보지로 지목한 배경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입지가 결정되면 현재의 전투기 훈련장을 사천공항으로 임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항 이전에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예측에 대해 "반도체 공장 인허가와 각종 환경시설 설치 등에만 5년 이상이 걸리고 설계와 건축, 가동에 이르기까지는 20년 이상 소요된다"며 "최대 현안인 공항 이전과 반도체 공장 건립을 동시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계통 확보에만 수십조 원이 드는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도 가능하다. 광주와 이웃한 전남 해남, 신안, 영광 등지에 대규모 태양광, 풍력단지와 한빛원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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