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중소기업 중심 예방대책 확대 추진

[더팩트ㅣ예산=정다운 기자] "정전기가 유증기와 만나면 순식간에 폭발할 수 있습니다."
24일 충남 예산 바이켐 공장에서 만난 이선화 대표는 탱크 옆에 설치된 빨간 손바닥 모양의 정전기 방전패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원으로 설치했는데 효과가 상당하다"며 "제전 속도가 빨라 작업자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작업자가 패드에 손을 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 남짓. 이렇게 쉽고 간단한 행동을 빠트리는 부주의가 대형 화학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켐에 설치된 정전기 방전패드는 총 11대로 설치 비용은 35만2000원이다. 대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3만2000원에 불과하다. 저렴한 비용이지만 작업자 몸에 축적된 정전기를 제거해 화재·폭발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바이켐은 기후부 지원을 받아 음성안내장치 8대(32만8000원), 시각자료 8만원, 화학안전구역 표시 70만원 등을 설치했다. 총 사업비는 146만원이다.
바이켐에 설치된 장치들은 모두 기후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그간 개선 사항은 형식적인 문서나 교육자료 형태로 전달됐지만, 바이켐은 기후부의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방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된 첫 사례다.

◆"보호장구 착용하세요"…문서 밖으로 나온 안전수칙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큼지막하게 표시된 ‘화학안전구역’이었다. 노란색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구역은 작업 동선과 위험구역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탱크와 배관이 빼곡하게 들어선 제조공정 한편에는 정전기 방전패드가 설치돼 있었다. 작업자는 원료 이송이나 설비 점검 전 이 패드에 손을 대 몸에 축적된 정전기를 제거해야 한다.
현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바이켐의 한 직원은 "시각적으로도 눈에 확 띄어 전보다 신경이 끌린다"며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반복되는 음성 안내도 들을 수 있었다. "해당지역은 개인보호구 착용구역입니다. 반드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시고 진입하시길 바랍니다." 잠시 뒤 "해당지역은 밀폐구역입니다. 산소 등 화학물질 농도 측정 후 진입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알람음과 함께 반복되는 안내는 작업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었다.
손명균 기후부 화학안전과장은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음성안내장치 소리도 조절할 수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현장을 고려해 다국어 버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을 통해 공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어디가 위험한 구역인지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바이켐은 각종 산업용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장이다. 원료 반입과 제품 출하가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용달차와 납품 차량의 출입도 잦다. 공정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방문자가 수시로 드나드는 만큼 위험구역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공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어디가 위험한 구역인지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음성안내장치와 화학안전구역 표시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사고 88.3%는 인재…기후부, 중소기업 지원 확대
화학사고 상당수는 설비 결함보다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실제 기후부가 지난 3년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학사고 180건을 분석한 결과 159건(88.3%)은 안전수칙 미준수 등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개인보호장구 미착용 44건(27.7%), 점화원 관리 소홀 39건(24.5%), 단기노동자 사고 17건(10.7%) 등이 꼽혔다. 이로 인해 사망 17명, 부상 24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앞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울산·서산·여수·구미 등 주요 산업단지의 331개 기업, 480명의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투입 예산 대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은 셈이다.
손 과장은 "예측 불가능한 사고를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인명사고는 없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되면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현재 음성안내장치 400개, 정전기 방전패드 560개, 화학안전구역 30개소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45억원 규모의 노후 취급시설 개선사업과 연계해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사업장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국고보조금 60~80%, 사업장 자부담 20~40%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후부에 따르면 전국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약 9000곳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약 4000곳 수준이다. 정부는 사고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우수사례를 확산하고 자발적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조현수 기후부 환경보건국장은 "화학사고 인명피해의 상당수가 인적요인에서 발생하는 만큼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작업 습관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형 예방대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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