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문재인 언급으로 친노·친문 결집
강득구·문정복 충돌…계파 신경전 노출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사실상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민주당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운명 공동체'를 강조하는 동시에 친노·친문 정체성을 부각했지만, 친명계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책임론을 앞세워 공개적으로 견제에 나서며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정 전 대표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며칠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정치 인생을 살펴봤다. 저는 오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을 위해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사퇴 발표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를 총 11차례 언급하며 자신과 이 대통령이 "정치적 운명 공동체이자 한몸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공해야 저도 성공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 이 대통령과의 의리는 제가 끝까지 지킨다"고 거듭 말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명청 갈등설'을 불식하고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을 향해 '이재명 정부 성공의 적임자'라는 점을 각인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과 정치적 동행도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20년 동안 속 깊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정치인이 정청래"라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과 이재명 죽이기에 맞서 이재명 대표의 가장 옆자리에서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지방선거 이후 많이 비틀어진 상황을 어떻게든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라기보다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무사히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공항에서 폴더 인사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노무현 키즈'라고 했다. 자신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정신과 민주당 정통성을 계승한 인물임을 부각하는 동시에,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을 탈당해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벌이던 정몽준 후보 진영에 합류했던 이력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친노·친문 진영을 향해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성과 개혁 노선을 잇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하며 본격적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친노·친문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자칫 이 대통령을 민주당 정통성과 비교하는 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잘못 해석하면 이 대통령이 민주당의 정통에 뿌리를 둔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소환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은 정 전 대표와 김 총리, 송영길 전 대표 간 3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이 현실화할 경우 친명계 내부 주도권 경쟁과 노선 갈등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지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앞세워 정 전 대표의 연임 도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갈등 상황은 그대로 노출됐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은 민주당을 찍은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을 찍은 것"이라며 "민주당은 당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모두가 겸손하게 성찰하고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친청(친정청래)계로 불리는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고, 민주당호의 선장은 정 대표"라고 맞섰다. 차기 지도부의 역할과 정 전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계파 간 견해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 민주당 호남권 의원은 "정 대표가 연임을 선언하게 되면 당내 갈등은 불가피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고, 오늘 모습이 예고편 같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치러진 당대표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정 전 대표는 약 11개월 동안 임기를 수행했다. 정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당 대표직은 한병도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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