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쌍둥이 언니·동생 연기하며 1인 2역 소화

[더팩트|박지윤 기자] 시작부터 서스펜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범인을 쫓는다는 설정으로 흥미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특정 시점부터 범인과 반전의 정체가 생각보다 쉽게 읽히며 끝까지 힘 있게 밀어붙이는 데는 실패한다. 결국 1인 2역에 도전한 배우 신민아의 열연만 강렬하게 남는 '눈동자'다.
오늘(24일) 개봉하는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서진(신민아 분)이 쌍둥이 동생 서인(신민아 분)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그린 작품이다. '옆집사람'(2022)으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NH농협 배급지원상을 받은 염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전병으로 인해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진작가 서진은 모델 현민(이승룡 분)에게 스토킹까지 당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작업실을 떠나 있을 곳을 생각하던 중 연락이 끊긴 쌍둥이 동생의 집으로 향한 서진은 지하실에서 차가운 시신이 된 서인을 발견한다.
서인은 시력을 잃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오히려 예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던 성공한 도예가다. 그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라고 모두가 판단했지만 서진은 본능적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했음을 느끼고 담당 형사 도혁(김남희 분)과 함께 동생이 혼자 보냈던 시간을 되짚으면서 진범을 잡는 데 몰두한다.
'눈동자'는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2011)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동생이 언니의 죽음을 조사하는 게 아닌 언니가 동생의 죽음과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등 국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주요 설정과 영화를 끌어가는 방식을 각색했다. 그리고 이러한 언니의 고군분투가 점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전형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의 틀을 형성한다.
이 가운데 '눈동자'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주인공이 서서히 시야가 꺼져간다는 치명적인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다른 서스펜스 스릴러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와 함께 서진의 시선을 스크린에도 흐릿하게 펼쳐내며 관객들도 인물이 느끼는 긴장감과 공포감의 한가운데에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든다. 시각 대신 청각이 더 발달하는 만큼 세심한 사운드 효과도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보는 이들도 서진으로서 주변 사람들을 다 의심하게 되는 만큼, 예리하게 집중하다 보면 쉽게 빈틈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눈치를 챈다면 진범의 실체가 등장하는 순간 반전의 짜릿함보다는 예상대로라는 아쉬움이 먼저 다가온다.
스포일러라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진범의 정체와 함께 드러나는 인물의 서사는 설득력이 아닌 배우의 연기로 붙들고 간다는 인상만 남긴다. 스스로는 사랑이라고 믿는 뒤틀린 사랑부터 애증의 가족 관계까지, 충분히 주변에서 일어날 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바탕 위에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반전 장치를 심어 놓으니 초반에 잘 쌓아 올린 흥미와 긴장감이 중후반부터 힘을 잃고 만다.
그럼에도 신민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1인 2역을 소화한 그는 앞이 안 보이는 동생이 걱정되면서도 잘나가는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언니와 그런 그에게 때때로 할 말을 하면서도 결국 민폐를 끼칠까 봐 눈치를 보는 동생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 올리며 여러 얼굴을 꺼낸다.
여기에 동공 연기까지 잘하는 신민아다. 그는 완전히 시력을 잃고 빚 정도만 감지하는 서인과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끼는가 하면 수술 이후 시력을 회복했으나 보이지 않는 척해야만 하는 서진의 상황에 맞게 동공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열연을 펼친다. 김남희 김영아 이승룡 등도 제 몫을 다 해낸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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