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애들이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돌리지만...눈에 띄게 줄어든 청년들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젊은 친구들이 힘을 내서 구호를 외치려면 많이 먹어야 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세 번째 화요일과 함께 19일 차로 접어들었다. 23일 낮 최고기온 30도를 기록하며 바람이 부는 그늘 외에는 햇살이 강하게 땅에 작열하는 올림픽공원에서는 씁쓸한 풍경이 연출됐다.
한 중장년 참가자가 양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고령층이 주를 이루는 집회장에서 눈에 띄는 '2030 청년'들을 찾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쥐여주고 있었다. 청년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이 집회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올림픽공원은 겉으로 평화로워 보였지만 묘한 불안감도 함께 감도는 분위기를 보였다.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모인 200여 명의 시민들은 오전부터 뜨거운 볕 아래서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핸드볼경기장 1-5 게이트 앞에서는 집회 참가자 한 명이 경찰관을 향해 침을 뱉은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날에는 유튜버와 참가자들 사이에서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충돌의 영향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건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발생했다. 한 중년 여성이 게이트 앞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의 사진을 촬영한 뒤 관등성명을 요구했고, 제지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침을 뱉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외에도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눈빛에는 묘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세 차례의 주말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참가자 수와 식어가는 관심 탓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청년 참가자의 목소리에는 깊은 고뇌가 담겨 있었다. 이날로 올림픽공원 집회에 다섯 번째 참석했다는 20대 여성 A씨는 취재진에게 무거운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어쩔 수 없는 흐름 같기는 하지만, 올 때마다 참가하는 사람도 줄고 대중의 관심도 시들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제 곧 폭우가 쏟아지고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될 텐데, 날이 더 더워지면 이 집회 동력마저 다 꺼지고 사람들이 떠날까 봐 두렵다"라며 "정말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리면, 결국 정부나 선관위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건을 덮고 흘려보낼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라고 호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연 확장의 한계에 부딪힌 집회는 참가자들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앞에서는 한 참가자가 다른 시민들을 향해 "유튜버들이 라방(라이브 방송) 중에 '함께 해주세요'라는 한마디를 해주면 더 많은 이들이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며 같이 부탁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참가자들 간의 구호 엇박자도 터져 나왔다. 경기장 앞에 선 일부 참가자들이 "부정선거!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을 외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한미공조 국제수사!"라는 거대한 전면 구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 구호가 집회의 본질을 흐린다고 판단한 또 다른 참가자는 이들의 외침이 불편한 듯, 기존의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오기 섞인 목소리로 더 크게 외치며 현장 오디오를 방해하는 등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가올 태풍과 계속 늘어나는 러브버그, 무더위라는 거대한 계절적 악재, 그리고 줄어드는 참가자 수와 내부 구호의 분열. 삼중고 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올림픽공원의 광장을 돌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름이 되면 다 떠날까 봐 무섭다"던 청년 참가자의 말대로, 이들의 외침이 여름철 소나기처럼 증발할지 혹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