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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통합돌봄⑤] 돌봄 수요 느는데…저임금과 폭언에 멍든 돌봄 노동자들
요양보호사 월급125만원.."월급·수가 높여야"
노동자 53% "갑질·폭언 경험".."참는다"
정부, 인력이탈 않게 적정임금등 조치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3월26일~5월30일 돌봄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따르면 돌봄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업무 중 갑질과 폭언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설문조사 주요 응답 결과. /팽서현 그래픽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3월26일~5월30일 돌봄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따르면 돌봄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업무 중 갑질과 폭언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설문조사 주요 응답 결과. /팽서현 그래픽 기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돌봄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인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위태로웠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따른 인력 이탈은 결국 시민들이 받는 돌봄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

현장 노동자들은 통합돌봄 시행으로 처우와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경기 성남시에서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정 모(58)씨는 "돌봄노동자에게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제도"라며 "초단기 일자리가 늘어나고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2019년부터 선도사업을 거쳐 올해 3월27일 본격 시행됐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황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현재 정 씨를 비롯한 방문요양보호사들은 3~4시간 단위로 일을 하고 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보통 두 곳의 요양보호센터와 계약을 맺는다. 오전에는 A 센터에서 배정한 대상자를 찾아 3~4시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후에는 B 센터에서 배정한 대상자를 방문해 또 3~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급료는 시급으로 지급된다. 올해 최저시급 1만320원에 주휴 수당과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처우개선비 등을 포함해 1만3000원~1만4000원 수준이다. 17년차 요양보호사인 정 씨는 1만4000원을 받는다.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나 식사비 등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정 씨는 돌보던 노인이 갑자기 요양병원에 들어가면서 일이 끊어졌다. 정 씨는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한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령대가 높은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을 돌보느라 다칠 위험도 크지만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는 어렵다. 정 씨는 올해 2월 허리 시술을 받았다.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노인을 수개월 돌본 것이 화근이었다. 정 씨는 "일주일에 1~2회 목욕을 시키고 부축해 병원에 모셔다 드렸다. 휠체어에 태우고 오르막길을 다니기도 했다"며 "허리가 안 좋아졌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활동하는 다른 방문요양보호사 최 모 씨(71)도 85세 노인을 돌보고 있다. 최 씨가 돌보는 노인은 투석환자로, 병원에 자주 가야 한다. 남성인 최 씨는 여성 노동자에 비해 몸을 쓸 일이 많은데 병원 동행과 산책 동행 등이 주된 업무다. 최 씨는 "허리가 점점 아파오는데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원래 허리가 안 좋았던 것 아니냐'고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사진은 2024년 5월 28일 경기도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들이 복지프로램을 수강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더팩트DB
사진은 2024년 5월 28일 경기도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들이 복지프로램을 수강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더팩트DB

업무 특성상 감정노동과 추가노동은 덤이다. 정 씨는 "갑자기 냉장고 청소를 하라고 하든가 싱크대 후드를 청소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가 있다. 아들의 방을 청소하라고 하거나 딸에게 가져다 줄 반찬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며 "업무 범위에 벗어나지만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어르신들이 돌봄노동자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잔소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 씨는 "돌보는 어르신이 욕설이나 폭언을 해도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센터에서는 어르신 한 명이 고객이다보니, 노동자에게 '알아서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식으로만 할 뿐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앞으로 돌봄노동자는 더 필요해지고 전문인력이 필요할텐데 노동환경이 이런 식이라면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돌봄 노동자 48.4%가 최저임금의 120% 미만을 수령하고 있다. 재가 요양보호사 월 평균 임금은 약 125만원으로 민간기관 소속인 경우 공공 영역보다 처우가 더 열악하다. 노인생활지원사는 주 25시간 근무 기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월 평균 약 129만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아이돌보미는 서비스 제공 시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불안정한 구조로 각각 월 평균 소득은 156만원, 172만원이다. 보육대체교사는 일급제 형태로 운영돼 지역별 지원 격차와 1년 미만 단기 계약 등 고용 불안정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돌봄노동자 70%가 비정규직이고 평균 근속기간은 2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3월26일~5월30일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65.7%가 '생활이 가능하도록 월급·수가 인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교통비·통신비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수당 지급(41.6%)', '근속수당 신설·인상(35.4%)', '식대 지급(17.7%)'이 뒤를 이었다. '이용자·가족 갑질민원 예방 및 피해회복(15.9%)', '휴가 보장(14.7%)', '근골격계 등 노동재해 예방·회복 지원(14.0%)' 요구도 컸다.

또한 절반이 넘는 53.3%(232명)가 업무 중 갑질·폭언·폭행·성희롱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피해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는 그 중 46%(107명)이 "혼자 참는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6월 총력 집중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기본급 최저임금 130% 보장 △월 16만원 정액 식대 지급 △명절상여금 연 120% 지급 △재가방문 돌봄노동자 교통비 월 15만원 지급 등의 4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는 과도한 요구가 아닌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라며 "공무원 및 공무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돌봄노동자에게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9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6월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9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6월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통합돌봄이 시행되는 만큼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노동자들 업무 환경과 처우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돌봄의 법적 근거가 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의료·요양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서비스의 주요 주체인 노동자에 대해 '전문인력 양성' 외에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가사돌봄유니온은 전문인력 양성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돌봄노동자 노동조건 현황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통합지원협의체에 노동자 대표를 두고 돌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돌봄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기존에 사업을 하던 기관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논의할 단위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 핵심인력인 돌봄노동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정 임금 가이드라인 제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가 요양보호사 경우 정부가 적정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최저임금의 130%는 되도록 해야 통합돌봄 안착과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핵심 돌봄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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