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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함께, 책임은 회피?"…금융위·금감원 엇박자에 투자자만 피해
금융위가 밀어붙인 단일종목 ETF…금감원장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특사경 인지수사권 놓고도 평행선…오랜 갈등 구조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시각차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 논란과 스페이스X IPO 공모주 배정 사태까지 이어지며 당국 간 엇박자가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위가 올해 초 적극 추진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금감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 논란과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공모주 배정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당국 간 시각차의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부작용이 너무 커진 부분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드러누워서라도 통과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해당 상품의 높은 회전율과 개인투자자 비중을 문제로 지목했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는 14조원을 넘어섰으며 투자자의 약 92%가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회전율은 130% 수준에 달한다.

그는 "높은 위험성을 가진 상품인데도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라며 "연속 하락장이 이어질 경우 큰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효과는 크지 않았는데 부작용은 훨씬 커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금융위가 올해 초부터 추진한 대표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해외에는 출시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막혀 있는 상품들이 있어 투자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는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로 향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고 국내 ETF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했다. 이후 관련 시행령 개정을 거쳐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 상장됐다.

결국 금융위가 '규제 비대칭 해소'와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허용한 상품을 두고 금감원장이 불과 수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상품 평가를 넘어 금융위와 금감원 간 오랜 갈등 구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각각 정책과 감독 기능을 담당하도록 역할이 나뉘었지만, 이후에도 주요 현안마다 크고 작은 이견을 반복해왔다. 금융위는 정책 수립과 제도 설계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검사·제재 등 감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책 판단과 감독 집행 과정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보호 조직 개편, 금융회사 제재 권한,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문제 등 주요 현안마다 양 기관이 시각차를 드러낸 바 있다. 최근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 논란 역시 이 같은 갈등 구조가 재현된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상민 기자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되 수사 범위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불법사금융으로 제한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금감원은 불법사금융뿐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 등 민생금융 범죄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융위는 권한 남용 우려를 이유로 신중론을 폈고, 금감원은 금융범죄 대응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당시에도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제도 도입 취지보다 양 기관 간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더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IPO 공모주 '0주 배정' 사태 역시 당국 역할론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당연히 배정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 방침을 밝혔다. 해외 투자 자제 기조가 공모주 배정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모주 배정이 안 된 게 금감원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미래에셋증권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국내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공모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미국 IPO 일정과 국내 규제 체계가 맞지 않으면서 사실상 일반공모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IPO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배정을 받지 못한 배경에는 일반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글로벌 주관사 입장에서는 관련 승인 절차와 규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을 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미즈호증권은 일반공모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최종적으로 약 22억달러 규모 물량을 배정받았다"며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공모주를 한 주도 받지 못했다. 결국 해외 IPO를 자국 투자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제 환경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자 설명 의무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겠지만 이번 사태를 개별 증권사 책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IPO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당국의 사전 대응 역시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사경, 스페이스X IPO 사태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시각차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는 시장 활성화와 규제 개선을 강조하고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역할 차이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같은 금융당국으로 인식한다"며 "정책을 추진할 때와 문제가 발생한 뒤의 메시지가 달라질 경우 투자자들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사경은 권한 문제, 레버리지 ETF는 정책 평가 문제, 스페이스X는 투자자 보호 문제라는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당국 간 시각차가 시장에 그대로 노출된 사례"라며 "당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이 그 부담은 결국 금융회사와 투자자, 금융소비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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