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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본업은 밀리고 논란만" 달라진 연예계 '씁쓸한 자화상'
배우는 연기로, 가수는 노래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
뒤바뀐 연예계 스타평가 기준...숫자가 콘텐츠 압도하는 현실


작품보다 논란이, 노래보다 팬덤이, 실력보다 화제성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과거 방송, 신문, 잡지 등 제한된 창구가 연예 정보를 생산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 숏폼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여론을 만들고 쏟아낸다. /AI 이미지
작품보다 논란이, 노래보다 팬덤이, 실력보다 화제성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과거 방송, 신문, 잡지 등 제한된 창구가 연예 정보를 생산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 숏폼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여론을 만들고 쏟아낸다. /AI 이미지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한때 연예인의 존재 이유는 명확했다. 배우는 연기로 평가받고, 가수는 노래로 인정받았다. 작품과 음악이 대중과 만나는 통로였고, 흥행과 실패 역시 결국 본업의 결과물로 귀결됐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 지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작품보다 논란이, 노래보다 팬덤이, 실력보다 화제성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다.

연예 뉴스의 헤드라인을 살펴보면 이런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신작 드라마의 연기 분석 기사보다 배우의 사생활 의혹, SNS 게시물, 입장문 발표가 더 큰 조회 수를 기록한다. 가수들의 신곡 발표보다 팬덤 간 순위 경쟁과 온라인 여론전이 더 주목을 받는다. 본업은 뒤로 밀리고 논란과 대응 방식이 스타의 가치를 결정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한다. 과거에는 방송사와 신문, 잡지 등 제한된 창구가 연예 정보를 생산했다. 지금은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 숏폼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여론을 만들고 쏟아낸다. 대중은 작품을 소비하기 전에 이미 배우와 가수의 사생활, 인성 논란, 과거 행적을 먼저 접한다. 작품 평가보다 이미지 평가가 선행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사진은 배우 김수현이 지난해 故 김새론과 미성년자 시절 교제 의혹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 및 AI조작 등의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 기소됐다. /서예원 기자
사진은 배우 김수현이 지난해 故 김새론과 미성년자 시절 교제 의혹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 및 AI조작 등의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 기소됐다. /서예원 기자

OTT 순위, 화제성 지수, SNS 언급량, 밈 확산이 '시장 가치' 결정

특히 배우들의 경우 OTT 플랫폼의 성장 이후 더욱 복합적인 평가 시스템에 놓이게 됐다. 과거에는 시청률과 작품성, 연기력이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OTT 순위, 화제성 지수, SNS 언급량, 밈(Meme) 확산 정도가 배우의 시장 가치를 결정한다. 실제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보다 SNS에서 화제가 된 배우가 더 큰 주목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품 속 캐릭터보다 인터넷 반응이 배우의 경쟁력이 되는 현실이다.

K팝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과거에는 좋은 노래가 입소문을 타며 사랑받았다면 지금은 팬덤 조직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음원 차트, 투표, 스트리밍, 앨범 판매량, SNS 해시태그 활동까지 팬들의 집단 행동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다. 물론 팬덤 문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K팝의 글로벌 성공에는 강력한 팬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논의보다 숫자 경쟁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어떤 노래가 더 좋은지보다 누가 더 많은 스트리밍을 했는지가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제 연예인들은 본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배우는 작품 준비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가수는 음악 작업 외에도 팬덤 관리와 온라인 여론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AI 이미지

경쟁력이 예술적 성취보다 위기관리 능력으로 평가받는 아이러니

더 큰 문제는 '논란 경제'의 확산이다. 속성상 온라인 플랫폼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기 마련이다. 연예인의 열애설, 학교폭력 의혹, 사생활 폭로, 말실수 논란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트래픽을 만들어낸다. 반면 연기력 분석이나 음악적 성취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결국 언론도, 플랫폼도, 대중도 자극적인 이슈에 반응하는 구조 속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이제 연예인들은 본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배우는 작품 준비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가수는 음악 작업 외에도 팬덤 관리와 온라인 여론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한 번의 실수나 오해가 수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연예인의 경쟁력이 예술적 성취보다 위기관리 능력으로 평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제 연예인들은 본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배우는 작품 준비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가수는 음악 작업 외에도 팬덤 관리와 온라인 여론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AI 이미지
이제 연예인들은 본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배우는 작품 준비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가수는 음악 작업 외에도 팬덤 관리와 온라인 여론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AI 이미지

배우는 연기로 기억되고, 가수는 노래로 사랑받을 때 '산업도 건강'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대중 역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작품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줄어들고, 인신공격과 편 가르기식 논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창작물보다 사생활이 소비되면서 문화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도 희석된다. 결국 건강한 대중문화 생태계가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안은 없을까. 우선 연예 산업 내부의 평가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배우는 화제성보다 작품성과 연기력, 가수는 팬덤 규모보다 음악적 성취를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강화돼야 한다. 시상식과 각종 콘텐츠 리뷰, 전문 평론 역시 본업 중심의 담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중매체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다. 클릭 수 경쟁에 매몰돼 논란 기사만 확대 재생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적인 트래픽보다 장기적인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팬덤 역시 무조건적인 옹호나 상대 팬덤 공격보다 음악과 작품 자체를 즐기고 평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팬들의 건강한 문화 의식은 결국 산업 전체를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대중문화의 중심은 콘텐츠다. 배우는 연기로 기억되고, 가수는 노래로 사랑받을 때 산업도 건강해진다. 논란과 입장문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대라 해도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작품과 음악이다. 지금 연예계가 다시 돌아봐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화제성은 순간이지만, 본업의 힘은 시간을 이긴다.

eel@tf.co.kr

이제 연예인들은 본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배우는 작품 준비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가수는 음악 작업 외에도 팬덤 관리와 온라인 여론 대응에 신경 써야 한다.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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