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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시대 열렸는데…비트코인 부진에 증시로 '머니 무브' 가속
연준 긴축 우려·ETF 자금 유출 겹악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질주에 비트코인 시총 순위도 밀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와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더팩트DB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와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국내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6만달러 초반대로 밀리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린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매파적 동결'이었다고 평가한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성장주와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빠르게 낮아졌다.

비트코인은 연준 발표 직후 낙폭을 확대했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등도 동반 하락하며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는 22점까지 떨어져 '극단적 공포' 구간에 진입했다. 김치프리미엄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국내 투자 수요가 해외보다 약한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에 반도체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 위에 안착했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신호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심리가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AI 서버와 첨단 메모리 시장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이 급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HBM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조5220억달러로 글로벌 자산 순위 12위에 올랐다. 반면 비트코인은 약 1조2760억달러로 15위에 머물렀다. 양측 시가총액 격차는 2460억달러 수준까지 벌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비트코인을 추월했다가 다시 역전을 허용하는 등 순위 경쟁이 이어졌지만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고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면서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가상자산 시장 내부 악재도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를 둘러싼 우려가 대표적이다. 스트래티지는 우선주 발행과 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회사가 발행한 우선주 가격이 액면가를 크게 밑돌면서 시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트래티지가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일부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창업자인 마이클 세일러가 최근 소량의 비트코인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이처럼 단기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장기 전망까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 물량 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요 거래소에 보관된 비트코인 규모는 약 271만BTC로 201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들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인출해 장기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매도 가능한 물량이 감소하면 향후 수요가 회복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인 캐시 우드은 최근 향후 5년 내 비트코인 가격이 125만달러(약 19억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가격 대비 약 20배 가까운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당장 5년 뒤가 아니라 현재 수익률에 쏠려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상승장을 연출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비트코인 ETF와 반감기 기대감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관련 주식으로 투자자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 수요 확대와 공급 감소는 여전히 유효한 투자 논리"라면서도 "당분간은 금리와 유동성 환경, 스트래티지 리스크 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투자자 이탈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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