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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서남해역 수호의 선봉 되나
장보고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바다의 수호자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 수립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함(왼쪽)과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국방부, 문근식 교수 측 제공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함(왼쪽)과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국방부, 문근식 교수 측 제공

[더팩트ㅣ제주=김승일 기자] 정부는 지난달 '장보고N사업'이라 이름지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본계획'을 경남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발표했다.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본격적인 전력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잠 건조'를 승인한 지 7개월 만이다.

발빠른 대응이다. 장기간 원전 운용 경험과 최첨단 조선기술이 축적된 터라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실전 배치됐다. 독일서 도입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군 전력 증강을 재검토하면서 비밀리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했다.

그러나 잠수함 설계·건조기술 부족과 핵연료 확보,미국과의 원자력협정 등 각종 걸림돌로 좌초됐다. 이후 정부도 비슷한 사정과 이유로 핵잠 건조를 시도하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역대 정부들이 핵잠 건조와 전력화에 주력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북한이라는 기본적 위협 이외에도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해군 기동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제주도를 가보면 실감난다.

이어도로 불리는 수중암초엔 종합해양과학기지가 건설돼 있다. 제주 본섬과 이어도 간 거리는 불과 150km 안팎이다.

중국 저장성과는 280여km쯤 떨어져 있다.

중국은 최근 이어도 인근 한·중잠정조치수역(PMZ)에 해양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서남해를 앞마당처럼 드나들고 있다.

제주와 일본 대마도 사이는 220~250km, 부산과는 약 50km쯤 떨어져 있다.

일본은 보수정권이 들어설때마다 '독도 도발'을 일삼아 왔다. 동쪽은 일본, 서남쪽은 중국, 북쪽은 북한·러시아 등과 마주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핵추진 잠수함을 공개하고, 전력화 의지를 다졌다.

여기에 중국의 해양전력 증대로 서남해역의 안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 문제가 외교·안보 현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예비역 해군 대령)는 18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서해를 사실상 자국의 내해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의 활동 확대와 상시 순찰 강화는 단순한 해양활동이 아니라 장기적 해양 영향력 확대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해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우리 해양 주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상함 중심의 전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장기적 잠항과 지속적 작전이 가능한 핵잠만이 강력한 전략적 억제수단이 될 수 있다"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핵잠은 해양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평화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제주도 등 서남해역의 주민들이 보내는 강력한 지지와 열망은 한국형 핵잠 사업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잠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서남해역을 수호하는 든든한 파수꾼이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잠은 '21세기 거북선단과 청해진 함대'의 재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역사적으로도 한국 해군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판옥선 등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격파하면서 세계 해군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통일신라 때 장보고는 청해진(완도)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고대 해상 무역로를 장악했다.

그의 이름을 딴 1200t급 장보고함이 최근 임무를 다하고 퇴역했다.

지금은 1800t~3000t급 손원일함과 도산안창호함 등 후예들이 대양을 누비고 있다. 안창호함은 최근 디젤엔진을 달고도 1만 4000km에 이르는 태평양 잠항을 이뤄내며 한국의 잠수함 기술력을 과시했다.

추진 연료가 핵으로 교체되면 수면 부상 없이도 5대양을 누비는 강력한 전략자산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첫 잠수함 도입 30여년 만에 미국의 승인과 기술적 진보로 핵잠 건설이 현실화됐다.

기회가 온 것이다.

늦어도 10년 후면 첨단 무기를 장착한 위풍당당한 핵추진잠수함을 보게 될 것 같다. 핵잠 건조,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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