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개발 사업과 원도심 도시재생 연계돼야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지정된 지 23년이 흘렀다. IFEZ의 인구는 약 50만 명으로 증가했고, 일자리는 20여만 개가 생겨났다.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과 인천은 제조업 중심 성장모델의 한계에 직면했다. IFEZ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 구축'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추진된 국가적·지역적 프로젝트다.
산업구조 전환과정에서 인천의 많은 제조업체들은 해외·타지역으로 이전하거나 경쟁력을 잃었다. 산업단지들은 노후화·영세화되었고 도시 곳곳의 공장부지는 개발 사업을 통해 아파트단지로 전환됐다. 산업도시 인천의 정체성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천과 유사한 경험을 한 서구의 산업도시들이 기존 도시의 재생을 통해 문화·첨단 산업도시로의 전환을 추진한 반면, 인천은 신개발지에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송도, 영종, 청라 지역은 인천의 미래 성장 공간으로 주목받던 지역이었다. 인천시는 1990년대 중반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대비하여 항만·공항·정보통신을 연계한 트라이포트(Tri-port)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 개발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와 각종 개발 제한을 극복하기에는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FEZ 지정은 인천이 그동안 추진해 온 글로벌 도시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과 신항만, 인천대교와 공항철도, 송도컨벤시아와 센트럴파크 등 핵심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GTX-B와 도시철도 7호선 연장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되었으며, 반도체 후공정 산업 역시 인천의 핵심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에 지정 당시 핵심 목표였던 다국적기업 본사와 국제금융기관 유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는 민간개발방식을 통해 조성되었으나 글로벌 금융·업무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영국 런던 도크랜드나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와 같은 글로벌 업무지구는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과 기존 도심과의 기능 조정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서울에 국내 금융·업무 기능이 집중된 상황에서 송도가 독자적으로 국제금융업무 허브로 자리 잡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오히려 IFEZ는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 경제특구로 발전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국제기구에서 도시개발 및 스마트시티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ICT 중심 스마트시티 모델과 자동차 중심 도시구조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6·8 공구 등 후속 단계에 개발된 지역이 오히려 이전 단계의 지역보다 도시개발의 질적 측면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경제자유구역은 특정 지역을 먼저 성장시키고, 효과를 주변으로 확산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의 대표적 모델이다. 그렇다면 IFEZ는 인천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 개발과 투자유치라는 초기 목표를 넘어 인천의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가? IFEZ는 과거의 성과를 평가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지정 당시 IFEZ의 목표는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만드는 것이었으나 지난 20여 년간 세계 경제 환경과 국가 산업정책은 크게 변화했다. 오늘날 IFEZ의 경쟁력은 바이오, 반도체, 로봇, AI, 항공, 첨단물류와 같은 혁신산업에 있다. 이제 IFEZ는 초기 비전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산업 플랫폼으로 전환돼야 한다. IFEZ 개발계획 역시 산업·연구개발·창업 기능을 중심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서울이 금융과 업무의 중심지라면, 인천은 첨단산업과 기술혁신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과 전문 인력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도권 서남부의 새로운 혁신경제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

둘째,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생산기지에서 연구개발 허브로 발전해야 한다. 현재 IFEZ는 국가 전략산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생산 능력에 비해 연구개발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인천의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3% 수준으로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기(7%), 서울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혁신도시는 공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소와 대학,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글로벌 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 연구·창업·투자·인재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는 K-바이오 랩허브와 스타트업파크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 연구개발센터 유치와 특화 연구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바이오AI 국가전문대학원 설립, 글로벌캠퍼스 2단계의 대학원·연구 중심 개발, 인하대·인천대·연세대 등 지역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 연구개발 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도시의 양적 성장에서 도시성의 회복으로 전환돼야 한다. 세계의 혁신도시들은 단순히 기업과 자본이 아니라 인재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질이 높고 걷기 편하며 문화와 교류가 살아 있는 도시환경이 중요하다. 송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계획도시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넓은 도로와 슈퍼블럭, 기능 분리에 따른 자동차 중심 도시구조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송도가 처음부터 자동차 중심 도시를 지향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렘 쿨하스의 OMA 마스터플랜은 트램과 보행, 자전거 중심의 도시를 구상했으나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 송도는 처음 계획이 지향했던 사람 중심 도시의 가치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영국의 마지막 신도시인 밀튼케인즈도 최근에 고밀 복합개발과 대중교통 중심 개발, 보행 친화적 환경 조성을 통해 기존 도시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송도의 미래 경쟁력 역시 더 많은 개발이 아니라 도시성 회복을 통한 도시의 질적 전환에 있다. 송도트램과 GTX-B, 인천3호선 등을 활용해 대중교통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넓은 도로와 슈퍼블럭 체계를 보행 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워터프런트를 단순한 경관시설이 아닌 도시 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재편하고, 15분 도시 개념을 도입하여 문화·상업·일자리가 어우러진 생활권을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경쟁력 역시 ICT 기술 자체가 아니라 시민 삶의 질, 지속가능성, 포용성, 거버넌스, 회복탄력성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송도의 스마트시티도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으로 진화돼야 한다.
넷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장을 인천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자유구역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과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IFEZ에서 기존 시가지와 산업지역과의 연계는 부족한 편이다. 앞으로는 송도의 바이오·AI 산업을 남동·주안·부평 산업단지의 제조업·소부장 기업들과 연계하고, 연구개발과 생산이 선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종은 단순한 공항 배후도시를 넘어 청라·검암·내항·강화를 연결하는 공항경제권의 중심 도시로 발전해야 하며, 청라는 로봇·미래차·금융 기능과 주변 산업지역을 연결하는 서북부 혁신거점으로 발전돼야 한다.
또한 IFEZ 내부 개발사업과 원도심 도시재생 및 기반시설 확충을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천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략산업 육성과 투자유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경제자유구역 확대 지정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난 20년은 도시를 건설한 시간이었다. 공항과 항만, 글로벌 도시와 산업단지가 만들어졌고, 인천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20년, IFEZ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역량, 혁신 생태계, 도시의 매력도와 삶의 질, 그리고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개발 중심의 경제특구에서 혁신 중심의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의 인재와 기업이 모이고, 연구와 창업이 이어지며, 시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글로벌 혁신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인천의 성장 동력을 넘어 대한민국 혁신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글=안영규 인하대 초빙교수·전 인천시 행정부시장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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