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장세 속 매각·파트너십 등 다각도 검토
'20대 비누로 첫사업' 등 에이피알과 닮은꼴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브랜드 론칭 10년 만에 수천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K-뷰티 신흥주자로 발돋움한 토리든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1조원 안팎의 몸값으로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는 점과 이를 이끄는 창업주이자 대주주가 90년대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리든은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47.5% 증가한 2743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16.2% 오른 604억원으로 집계돼 회사 매출과 수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토리든(Torriden)은 지난 2015년 12월 설립됐으며, 사명은 스코틀랜드 천혜의 자연인 토리돈(Torridon) 지역에서 딴 것으로 전해진다. 토리든은 기업소개서에서 "토리돈이 7억년의 시간 동안 축적된 지층과 자연의 흡수 생태계라면, 토리든은 '5D 설계 과학'을 통해 피부 흡수 생태계를 만든다"고 브랜드 철학을 설명했다.
토리든은 인체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클린 뷰티', 보습과 보호를 넘어 특정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기능 뷰티'를 두 축으로 K-뷰티 사업을 전개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효과적인 성분을 엄선하고 흡수를 극대화해 피부 문제를 해결하는 '흡수설계 뷰티'도 제안했다.
토리든의 메가 히트작은 2019년 선보인 '다이브인'이다. 다이브인은 올리브영 입점으로 매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핵심 제품인 세럼은 누적 판매량 2200만병을 넘어섰다. 토리든은 2024년 올리브영 '1000억 클럽'에 진입했고, '2025 올리브영 어워즈'에서도 에센스·세럼, 마스크팩, 립 부문 모두 석권해 3관왕에 올랐다. 현재 토리든은 전 세계 41개국, 8만여개 매장으로 진출해 글로벌로 공들이고 있다.
토리든 측은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력을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글로벌 유통망 현지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파죽지세 성장세로 사옥 옮긴 토리든, 몸값도 1조?
토리든은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지난해 말 사무실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26층으로 이전했다. 이곳에는 시가총액 15조원을 돌파해 K-뷰티 대장주로 부상한 에이피알도 자리잡고 있다. 잠실은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과도 인접해 국내외 젊은 소비층과 접점을 확장하기에도 유리하다.
토리든은 글로벌 K-뷰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수가 늘었고, 이 인원을 수용할 만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사무실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토리든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임직원 급여액을 전년 대비 31.7% 증액한 83억원을 집행했다.
그런 토리든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점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최대 뷰티 기업인 LG생활건강이 최근 토리든 인수 협상에 나섰다가 이를 철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업계에서는 토리든의 기업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월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토리든 인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양사 간의 여러 제반 조건이 상이해 (토리든)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토리든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급증한 점이 매각 불발의 주요인이 된 것으로 꼽힌다. 토리든은 지난해 판관비로 전년 62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불어난 1136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마케팅 관련 비용인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는 일제히 급증했다. 전년 대비 지급수수료는 315억원(+52.2%), 광고선전비는 287억원(+105.0%), 판매촉진비는 158억원(+267.4%)을 기록했다. 전체 판관비에서 이 세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약 67%에 달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른 회사의 비용 부담도 점차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토리든이 독자적인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K-뷰티 특성상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K-뷰티 브랜드 대부분이 프로모션 확대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핵심은 마케팅 비용을 늘린 만큼, 매출이 그 이상으로 받쳐주는지 여부다"고 짚었다. 이어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장담할 수 없어 원매자(매수자)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업계 관측과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해 토리든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토리든 관계자는 "회사는 글로벌 사업 확대와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투자 및 파트너십 기회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90년대생 토리든 창업주 권인구, 제2의 에이피알 김병훈 될까
1991년생인 권인구 토리든 대표는 23살이던 때 온라인 비누 판매로 첫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사업은 6개월 만에 폐업으로 끝났고, 이후 그는 휴대전화를 영업하면서 소비 패턴과 고객 설득 방식을 현장에서 터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2015년 12월 만 24세 나이로 현재의 토리든을 창업했다.
토리든 지분구조를 보면, 권 대표는 2만233주를 보유해 45.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있다. 권 대표는 토리든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이지만, 대외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업계에선 은둔형 CEO(최고경영자)로도 불린다.
권 대표 뒤를 잇는 2대 주주로는 공동 창업 멤버인 이윤희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토리든 1만1244주를 보유해 25.0%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토리든은 에이피알과 상당히 비슷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토리든이 에이피알에 이어 제2의 K-뷰티 신흥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에이피알은 지난 2014년 10월 창업주 김병훈 대표가 창립한 회사로, 토리든보다 1년 먼저 선배 기업이다. 1988년생인 김 대표도 회사 모태인 뷰티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통해 천연비누를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권인구 대표와 김병훈 대표는 20대 젊은 나이에 비누를 아이템으로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올리브영 유통망을 활용해 현재 연 매출 수천억원의 회사로 사세를 확장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토리든이 최근 에이피알이 자리 잡은 롯데타워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두 대표의 평행이론은 완성되는 모양새다.
토리든 측은 권인구·이윤희 공동 대표 체제 관련 "권 대표는 20대 초반 뷰티 분야로 사업 경험을 쌓으며 이 대표와 회사를 창업했다"며 "이 대표는 공동 창업 멤버로서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사업 성장 과정을 함께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회사는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과 브랜드 및 사업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