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특허 공방 끝난 지 1년 만에 또 법정행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국내 렌탈 가전 업계의 양강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또다시 법적 공방에 휩쓸렸다. 코웨이는 최근 청호나이스가 자사의 공기청정기 제품의 디자인 독창성 등을 무단으로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가 얼음 정수기 제빙 기술 관련 특허로 10년 넘게 이어온 법적 다툼이 봉합된 지 1년 만에 재등장한 갈등 국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이달 초 청호나이스의 '서밋타워 공기청정기' 제품이 자사의 '노블 공기청정기'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외관이 유사한 제품이 출시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청호나이스가 코웨이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공정한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한 것"이라며 "이는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블 공기청정기는 2021년 출시된 제품이다. 코웨이는 제품 디자인에 건축학적 요소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시를 앞둔 2020년 12월 해당 제품에 대해 다각적으로 복수의 디자인권을 지식재산처(구 특허청)에 출원하고, 심사를 거쳐 2021년 4월 디자인권 등록을 완료했다.
청호나이스는 올해 2월 서밋타워 신제품을 냈다. 코웨이는 서밋타워 제품이 △본체 사각 형상과 비율 △상부 팝업부 형상 △상부 팝업부가 본체로부터 상하 이동하는 동적 움직임 등 주요 디자인 요소가 동일하고 제품의 전체적인 심미감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송사의 중심에 선 조직은 코웨이가 지난 1월 출범한 '디자인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다. TF는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사·모방 디자인에 신속히 대응하고, 브랜드 자산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표 코웨이 디자인 모니터링 TF장 겸 컴플라이언스 본부장은 "디자인은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창의성이 집약된 핵심 자산"이라며 "정당한 권리 보호를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아직 해당 소송 내용에 대해 송달받은 바가 없어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며 "향후 서류 검토 후 적절한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소송전에 막이 오르는 가운데, 양사의 이전 갈등 사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양사는 얼음정수기 제빙 특허 기술을 둘러싸고 장기간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청호나이스는 2006년 출시한 '이과수 700' 얼음정수기에서 증발기 1개로 냉수와 얼음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개발 특허권을 확보했다. 이후 청호나이스는 코웨이가 2012년 출시한 '스스로 얼음정수기'가 해당 제품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2015년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손배액원금은 약 2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양사는 11년간 대법원까지 가는 긴 소송전을 이어왔다. 1심 법원은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주며, 코웨이가 1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해당 코웨이 제품에 대한 생산·대여·전시 등을 금지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양사 정수기의 냉수 생성과 제빙 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특허 침해가 없다고 판단하며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지난해 5월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송사의 종지부가 찍혔다.
코웨이 역시 청호나이스 측에 자사 얼음정수기 제품의 디자인 IP 등을 침해했다며 적극 대응을 이어갔다. 코웨이는 2024년 3월 청호나이스의 '러블리트리', 같은 해 9월 '아이스트리' 등의 제품에 대해 디자인 및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에 경영권을 넘겼다. 칼라일의 인수 대상은 청호나이스를 포함해 정수기 필터 전문 제조사 마이크로필터, 부품 제조사 엠씨엠(MCM) 등 계열사 지분 전체다. 거래 규모는 약 1조원대로 예상된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창업자 정휘동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부인 이경은 회장이 이끌어 왔지만,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전처 소생 아들인 정성훈씨가 유언무효확인소송과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 등을 예고하며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 씨가 아버지 보유 지분에 대한 법정상속분을 인정받고, 칼라일 측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인정받으며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jay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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