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확장하는 '배가수' 열풍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한때 대중음악계를 휩쓸었던 키워드는 '개가수(개그맨+가수)'였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한도전 가요제'를 비롯해 유세윤 김영철 등 그간 방송에서 웃음을 주던 개그맨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의외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은 많은 대중을 놀라게 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는 또 다른 조합이 눈에 띈다.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실제 음원과 음악방송 무대까지 넘나드는 '배가수(배우+가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음악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작품의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는 마케팅이자,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고 있다.

◆ 안효섭, 칼리드와 손잡고 첫 솔로 음원
배우 안효섭은 정공법으로 음악 시장에 발을 들였다.
안효섭은 지난달 22일 미국 싱어송라이터 칼리드와 협업한 싱글 'Something Special(섬싱 스페셜)'을 전 세계 음악 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동안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OST를 통해 보컬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싱글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칼리드가 안효섭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칼리드는 2016년 싱글 'Location(로케이션)'으로 데뷔한 미국 알앤비 아티스트로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긴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다. 여기에 원더걸스의 'Nobody(노바디)' 등을 작업한 프로듀서 이우석과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트로이 존슨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했다.
앞서 안효섭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극 중 보이그룹 사자 보이스의 리더 진우 역을 맡아 보컬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여기에 실제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싱글까지 더해지며 한층 넓어진 활동 반경을 보여줬다.

◆ '와일드 씽',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현실 가요계 진출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배가수' 흐름을 가장 유쾌하게 활용했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은 각각 트라이앵글 멤버로 변신해 2000년대 초반 감성을 그대로 소환한다.
시작은 트라이앵글의 'Love is' 뮤직비디오였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개봉에 앞서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Love is(러브 이즈)'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는 극 중 가상 그룹의 노래임에도 실제 아이돌 뮤직비디오처럼 제작됐고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의 세기말 감성 스타일링과 퍼포먼스는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오정세가 연기한 비운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도 가세했다. 극 중 최성곤은 트라이앵글의 라이벌이자 38주 연속 2위를 기록하던 중 이들에게 밀려 39주 연속 2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게 된 인물이다. 중단발 헤어스타일과 그윽한 눈빛, 과장된 무대 매너로 완성된 최성곤의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는 영화 공개 전부터 입소문을 탔고, 풀버전 공개 후 해당 음원이 각종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밈처럼 소비됐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출연하는 '와일드 씽'은 지난 3일 개봉했다.

◆ '취사병 전설이 되다', 상상 속 아이돌 미각보이즈의 현실 무대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드라마 속 상상 장면을 실제 음악 콘텐츠로 확장했다. 그 중심에는 '미각보이즈'가 있다.
미각보이즈는 강성재가 만든 아란치니 주먹밥을 맛본 중대장 황석호(이상이 분)의 상상 속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보이그룹이다. 다섯 가지 맛을 콘셉트로 쓴맛관철(강하경 분), 단맛문익(임지호 분), 신맛상욱(강준규 분), 짠맛지용(김문기 분), 매운맛승우(이상준 분)로 구성됐다.
이들은 단순한 코믹 장면으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실제 아이돌 그룹처럼 안무와 음악, 무대 구성이 더해졌고, 특별출연한 이상이까지 합류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드라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각자 한 가지 맛을 담당하는 콘셉트는 작품의 요리 성장물 색깔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극 중 노래인 'My Flavor(마이 플레이버)'는 방송 직후 정식 음원 출시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반응을 얻었고, 지난달 27일 OST로 발매되기도 했다. 병맛 그 이상의 청량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더해지며 미각보이즈는 드라마 속 설정을 넘어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나아가 미각보이즈는 음악방송 무대까지 예고, '배가수' 흐름의 정점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들은 화제성에 힘입어 지난 11일 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드라마 속 상상 장면이 실제 음원 발매로 이어지고 다시 현실 무대로 확장되는 또 하나의 서사가 된 셈이다.

◆ 이재욱, '군백기' 없는 솔로 가수 도전
여기에 지난달 18일 육군 현역 입대한 배우 이재욱까지 솔로 가수로 새로운 도전을 펼치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 11일 이재욱은 자신의 첫 싱글 앨범 'SHADOW(섀도우)'를 발매했다. 앨범은 동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모두가 지나는 계절' 총 2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SHADOW'는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이후에 남겨진 감정의 흔적을 담은 곡이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시원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이재욱의 보컬로 그리움과 후회의 감정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 여기에 보컬그룹 2AM(투에이엠) 임슬옹이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모두가 지나는 계절'에서는 이재욱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과 진솔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간 이재욱은 팬콘서트뿐만 아니라 KBS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 유튜브 채널 '조째즈' 등 다양한 방송에서 수준급 보컬 실력을 뽐냈다. 특히 그는 폭발적인 고음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재욱은 싱글 앨범 발매와 더불어 현재 방송 중인 ENA 월화드라마 '닥터섬보이',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꿀알바'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군백기(군대+공백기)'를 최소화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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