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물·환경이 공존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매년 전국을 무대로 각기 다른 규모와 성격의 작품을 소개하는 수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더팩트>는 이를 살펴보고 현재 대중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직접 즐겨봤다. 더 나아가 곧 개막하는 두 개의 축제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들어보며 영화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다양한 상영작과 여러 행사를 통해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이에 기자도 현장을 경험하고 느끼며 영화제의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2004년에 시작해 올해로 제23회를 맞이한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환경 전문 영화제로, 매년 국내외 환경 이슈를 다룬 작품을 소개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과 실천을 논의한다. 또한 시네마그린틴과 세계청소년기후포럼 등 미래세대 어린이와 청소년 환경교육을 통해 그린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개막한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온라인 상영과 오프라인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을 병행하고 있다. 후자는 학교·지자체·시민단체 등이 원하는 공간에서 주도적으로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엄선한 상영작의 무료 상영회를 열며 다양한 지역과 일상에서 환경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메가박스 홍대점 등 거점 극장을 대관해 3일간 오프라인 상영을 진행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이를 없애고 다양한 지역과 일상 공간에서 환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공동체 상영 지원프로그램이 확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을 꾀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물리적·지역적 한계로 영화제를 찾지 못했던 관객들이 자신의 생활권에서 환경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과 운영진의 이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며 환경영화제의 정체성을 운영 방식에서부터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변화가 성공적이라는 건 수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 집계 현황은 186개 단체·1만 5586명(11일 기준)으로, 지난해 5281명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지금도 활발하게 문의 요청이 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영화제 기간 동안 더 많은 관객이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더팩트> 기자도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지구 WE 펫밀리 축제'를 방문해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즐겼다.
이날 한 차례 비가 쏟아졌지만 오후 5시경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만끽하거나 이벤트 부스를 체험하는 등 저마다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식 소셜미디어 내 구글폼 링크를 통해 선착순 500팀을 모집했으나 이날 총 375팀 784명 397마리가 현장을 찾으며 행사를 향한 많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먼저 동물과 관련된 상식퀴즈판에 스티커를 붙이고 입장하면 저탄소펫샴푸만들기, 업사이클링 반려동물 터그 체험, 업사이클링 키링 체험, 알쏭달쏭 펫타로 상담, 행동교정 훈련사와 1:1 상담, 마이펫위생미용체험, 펫밀리 펫리커처 등 여러 체험형 이벤트 부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시중보다 저렴하게 간식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과 여러 아이템을 판메하는 코너, 어질리티(반려견이 보호자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는 반려견 스포츠의 하나) 부스 등도 마련돼 있었다.

이에 관객들은 미션을 수행하고 도장을 받으면 선착순으로 선물을 받고 럭키드로우도 응모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판을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즐겼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곳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모았고, 강아지와 나란히 앉아 타로 상담을 보는 등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광경들도 펼쳐졌다.
또한 상영작 '길 위의 뭉치' 속 캐릭터들의 등신대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에서는 강아지가 '앉아' '엎드려' 등을 들으면서 포즈를 취하다가 이내 주인에게 달려가는 귀여운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무대 위에 올라 개인기를 뽐내는 '마이펫 올림픽'과 영화 상영회도 진행됐다.
가족과 함께 축제를 즐긴 50대 남성 A 씨는 행동교정 훈련사와의 1:1 상담에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는 "평소 강아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했었는데 드디어 궁금증을 해결했다. 제가 잘못 짚었던 부분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저희 아이의 기질을 이해했으니 앞으로 더 세심하게 잘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 B 씨는 "평소에도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편"이라며 "예전에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메가박스 퍼피시네마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강아지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야외인데 별로 덥지도 않아서 더 낭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탬프 투어판에 도장을 다 찍은 30대 여성 C 씨는 "반려동물을 위한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더 신난 것 같다. 마치 어렸을 때 운동회를 하듯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체험했다"며 "버려진 페트병 뚜껑 3개를 녹인 후에 원하는 모양의 도장을 찍었더니 예쁜 키링이 완성됐다. 결과물을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지우게 됐다"고 전했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관계자는 '지구 WE 펫밀리 축제'에 관해 "최근 반려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반려 문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며 "사람과 동물이 한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보는 경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반려 문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이 공존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개최 의도를 밝혔다.
이 외에도 환경운동가부터 방송인과 영화계·배급계 전문가 등이 각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큐레이션 하며 환경 이슈를 다층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올해 처음 도입된 게스트 프로그래머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상영에 그치지 않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여러 부대행사도 마련한 제23회 서울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관계자는 "최근 환경영화는 문제 제기를 넘어 구체적인 해결책과 희망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거시적 주제를 개인의 일상과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이 늘었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적 실험도 활발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런 트렌드를 소개하고 환경영화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극장 상영뿐 아니라 온라인 상영관과 B tv, 공동체 상영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함께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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