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상속받은 SK㈜ 주식,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조정이 끝내 불발됐다. 최 회장이 증여·상속받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에서부터 양측의 온도차가 뚜렷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첫 조정기일에는 노 관장만 법정에 출석했으나, 이날은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이혼이 확정된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2024년 4월 2심 마지막 변론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이번 조정기일은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최 회장은 오후 1시 47분쯤 법원에 도착해 "조정이 잘 성립돼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정은 불성립됐다. 이에 양측은 오는 26일부터 변론 절차를 통한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됐다.
조정기일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양측이 어떠한 부분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인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조정기일이 끝난 후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변호인단 역시 말을 아꼈다.
다만 분할 대상 재산의 범위 등 그간 쟁점으로 다뤄졌던 내용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양측은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인정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서 왔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이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상속받은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가사 지원 등을 이유로 최 회장이 형성한 주식 재산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던 대목이기도 하다. 1심은 2022년 12월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2024년 5월 노 관장 측이 제시한 '노태우 비자금'을 무형의 SK 성장 기여분으로 인정하며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책정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태우 비자금'을 전제로 한 2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은 설령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해 SK 측에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대법은 파기환송 판결문에 'SK㈜ 주식을 비롯한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때문에 SK㈜ 주식이 이미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어 추후 파기환송심을 통해 재차 다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SK㈜ 주식이 분할 대상으로 인정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분할 시점을 언제로 삼아야 할지를 놓고 이견이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하면 SK㈜는 주당 16만원이다. 전날 오후 기준 SK㈜는 주당 60만원대다.
그 이후에는 비율 문제를 따져야 한다. '노태우 비자금'의 기여도를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 자체는 2심(35%) 때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주식을 현물로 나눌지, 현금 정산을 택할지 등 분할 방식을 두고도 양측이 대립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만약 주식을 직접 넘기게 된다면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재계 안팎의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점쳐진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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