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와 관객을 만나게 해주는 광장이자 신진 창작자의 등용문"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매년 전국을 무대로 각기 다른 규모와 성격의 작품을 소개하는 수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더팩트>는 이를 살펴보고 현재 대중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직접 즐겨봤다. 더 나아가 곧 개막하는 두 개의 축제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들어보며 영화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부터 장르와 주제에 따라 세분화된 영화제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행사가 저마다의 성격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펼쳐지며 영화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3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영화제들이 매년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저마다 뚜렷한 색깔과 역할을 지닌 이들은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영화 산업과 관객의 요구에 발맞추며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저변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먼저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한국에 세계 영화계와 직접 연결되는 국제영화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시아 영화의 중심 허브'를 목표로 1996년 첫발을 뗀 후 매년 9~10월에 개최되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걸 넘어 아시아 각국의 작품과 감독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국제 영화 산업 교류의 장을 마련하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당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신인 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뉴 커런츠' 부문 등 일부 섹션에서 경쟁과 시상을 진행했으나 전체 구조는 비경쟁 체제였다. 그러다가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부산 어워드'를 신설하고 대상 감독상 배우상 등 주요 시상 부문을 운영하는 경쟁 영화제로 전환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한국 영화의 재도약과 아시아 영화의 연대 강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다. 이에 힘입어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에 직접 출품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권위를 갖춘 영화제임을 입증했다.
2000년에 출범한 후 매년 4~5월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중심을 둔 축제로, 세계 각국의 실험적이고 개성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장편영화의 제작부터 후반작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완성된 작품을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국내 최대 독립영화 축제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다.
1997년에 시작돼 매년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르 영화제다. 대중성과 오락성을 갖춘 호러 스릴러 SF 판타지 미스터리 등의 장르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24년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인공지능)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하며 생성형 AI의 출현과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후 꾸준히 AI 관련 영역을 넓혀가며 미래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영화제로 나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제성과 규모에,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예술영화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장르영화에 중심을 두며 한국 영화제 생태계의 다양성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각기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영화 언어의 실험을 지속하는 국내 영화제들도 폭넓게 분포해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분단국가에 위치한 세계 유일의 공간인 DMZ(비무장지대)라는 공간적 상징을 바탕으로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기록하고 평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부문 경쟁의 성격을 띤다. 또 EBS국제다큐영화제는 방송과 극장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결합해 교육적 가치와 공공성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아시아 유일의 음악영화제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양한 음악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음악영화 마니아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음악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지는 소풍 같은 무주산골영화제, 독립 영화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자연 공간을 활용한 지역 기반 문화 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성 감독·제작자·배우 등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영화를 소개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주와 정체성 문제를 다루며 차별과 편견 등으로 소외받은 이들과 다양성과 관용의 가치를 나누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성소수자 인권과 다양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평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부산평화영화제, 지역 기반 여성 서사 확장과 여성영화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구여성영화제 등은 영화가 지닌 다양성과 공공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대단한단편영화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등은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문화 확산에 힘쓰고, 서울청소년실험영화제는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영상 제작 활동을 지원하며 미래 영화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인디애니페스트는 독립과 예술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물을 아우르며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의 다양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외에도 국제해양영화제는 해양문화 확산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주가족영화제는 가족 공동체의 의미를, 가톨릭영화제는 인간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도시영화제는 도시 공간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특정 가치와 주제를 내세운 특화 영화제들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영화제는 각자의 목적에 맞는 작품을 상영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제작자·배급사 등이 참여하는 산업 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하며 영화인들에게는 비즈니스의 장을, 신인에게는 기회의 장을, 관객들에게는 축제의 장을 선사한다.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좋아하는 배우를 보기 위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갔다가 영화제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됐다"며 "이후에 다른 영화제도 몇 번 갔었는데 상영하는 작품의 색부터 현장의 분위기까지 다 다르니까 새롭고 재밌었다.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남아서 시간이 된다면 계속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근 감독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상업적인 이유로 극장이나 플랫폼에서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작품이 많다. 영화제는 창작자와 관객을 만나게 해주는 광장이자 신진 창작자의 등용문이기도 하다"며 "저를 비롯해 많은 창작자가 영화제를 통해 기회를 얻거나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작품들과 먼저 만날 수 있는 이 소통의 장이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계속>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