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코, 멕시코-남아공, 브라질-모로코 등 스코어까지 적중
오라클 예측 넘어 SF적 미래 연상

[더팩트 | 유병철 전문기자] # 지난 12일(한국시간)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첫 상대인 체코를 2-1로 제압, 승점 3점을 챙겼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뒤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었고, 막판 골키퍼 김승규의 잇단 선방이 펼쳐져 그야말로 ‘쫄깃한’ 승리였습니다. 그렇다면 월드컵 예측시장에서는 누가 한국의 승리를 제대로 맞혔을까요? 피파랭킹(25위 vs 41위)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근소한 우세가 점쳐졌던 까닭에 ‘한국 승’을 예측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전문가나 동물 등 오라클 영역에서는 ‘인간 문어’ 이영표 해설위원, 촉이 좋기로 소문난 전현무 아나운서, 그리고 멕시코의 ‘점쟁이 퓨마’가 적중에 성공했습니다. 또 슈퍼컴퓨터와 AI도 나름 정확성을 자랑했습니다. 반면 무승부를 예측한 카피바라와 일부 미디어들은 예상이 빗나갔죠.
# 멕시코 과달라하라 동물원의 퓨마 ‘물룩’이나 카피바라들은 2010년 월드컵의 문어 파울처럼 재미 삼아 하는 것이니 가볍게 넘어가면 그만입니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2-1이라는 스코어뿐 아니라, 오현규의 득점과 이강인의 어시스트, 역전승 등 세부내용까지 적중해 화제입니다. 놀랍기는 하지만 이것도 운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비유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1000명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OX게임을 계속 실시하면 결국 최종 승자 1명이 남게 되고, 그의 승률은 100%가 됩니다. 예측의 모수가 많으면 그 가운데 놀라운 적중 확률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영표 등 전문가들의 예측도 흥미롭지만 펠레의 저주, 박펠레(박문성) 같은 말이 있듯이 주술적인 오라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반면 슈퍼컴퓨터나 AI 등은 예측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통계 전문미디어 ‘옵타’는 이번 월드컵 개막 전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조별리그 성적을 예측했는데, 한국의 체코전 승리 확률을 42.9%였습니다. 체코의 승리 가능성은 31.1%, 무승부 확률은 26.0%였으니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편의적인 확률로 표현해 스포츠베팅의 프로토게임과 크게 다를 게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챗봇 '코파일럿(copilot)'은 다릅니다. 'USA투데이'지
# 대회 첫날인 12일(한국시간)의 결과를 보면 놀랍습니다. 코파일럿은 멕시코의 2-0 승리(남아공), 한국의 2-1 승리(체코)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적중시켰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인 13일 B조의 두 경기는 모두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각각 캐나다와 스위스의 승리를 점쳤는데, 두 경기 모두 무승부로 끝나면서 승패까지 틀렸죠. 그런데 14일 4경기(C, D조)에서 코파일럿은 또 한 번 기염을 토했습니다. C조 브라질-모로코 전의 무승부(1-1), 아이티를 상대로 한 스코틀랜드의 1-0 승리를 스코어까지 또 맞췄습니다. D조에서는 미국의 승리는 맞췄지만(스코어는 틀림), 호주의 승리는 맞추지 못했습니다.

# 월드컵은 예측(prediction) 대향연이기도 합니다. 일상에서도 지인들 간의 스코어 맞추기, 승리팀 및 우승팀 예상 등이 가벼운 내기와 함께 성행하죠. 요즘은 이를 산업화한 스포츠베팅 시장이 커졌는데 글로벌투자은행 맥쿼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베팅 규모는 경기당 평균 5억 달러(한화 7,600억 원), 총 500억 달러(한화 76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디어 영역에서는 1990년대까지 펠레의 저주와 같은 전문가들이 예측이 주를 이뤘고, 2010년대 이후에는 ‘문어 파울’ 같은 동물오라클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014년 이후에는 통계 및 경제학이 슈퍼컴퓨터와 빅데이터를 동원해 월드컵 승부예측에 뛰어들었고, EA스포츠와 같은 게임엔진도 가세했습니다. 최근에는 코파일럿 같은 인공지능(AI)이 동원되는 것이죠.
# 다 좋은데 AI는 신경이 쓰입니다. AI산업은 이제 시작이고, 주(Week) 단위의 눈부신 속도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아주 높은 확률로 스코어까지 맞춘다면 향후 스포츠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사회가 도래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그런데 뭐든 선도적 역할을 하는 스포츠에서는 그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것은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스포츠베팅 산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인 불확실성이 크게 훼손될 겁니다.
물론 아직은 ‘쓸데 없는 걱정’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한국-체코전만 해도, 김승규 골키퍼의 두 차례 슈퍼 세이브, 초반 손흥민의 공세는 최종스코어 2-1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들이었습니다. 또 상대 골키퍼가 오현규의 결승골을 조금 강하게 터치했다면, 황인범의 멋진 칩슛이 조금만 약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첫 경기를 이기고 나니 예측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참고로 코파일럿은 한국이 멕시코에게는 1-2로 지고, 남아공은 2-0으로 제압한다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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