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12일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징역 30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고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군 통수권과 지휘권을 본래 목적과 달리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이적 범행의 본질은 비상계엄 선포 상황을 조성할 목적으로 군인에 대한 직무상 명령권을 이용해 작전의 외형을 빌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것"이라며 "군사상 필요나 공동체의 안녕, 질서를 위해 부여된 권한으로 일부러 국가 비상사태를 만들려 한 것으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배신했고, 군에서의 명령 적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향후 군 지휘체계와 작전 수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비상계엄 선포 명분 조성을 위한 작전을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승인 없이 장관 권한만으로 작전을 감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상계엄 상황 조성을 위해 이 사건 작전을 공모한 것으로 보이고,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 대해 일반이적 혐의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 여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윤석열·김용현과 식사 모임을 가지는 등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일반이적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김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범행 은폐를 도왔지만 작전의 진정한 목적이 비상계엄 선포 상황 조성이라는 점까지는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 경력과 직위 등에 비춰 책임이 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등은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2024년 10월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수차례 투입해 '북풍'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당시 투입된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해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된 만큼, 일반이적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특검팀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이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배의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안보를 위해 일하는 군과 공직자의 손발을 묶고 국민이 북한에 의해 피해 받아도 무방하다는 사법부의 안보 자해행위"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정치특검에 부화뇌동한 재판부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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