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월드컵이 열리면 온 나라가 붉게 물들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축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축구팬들만의 리그를 넘어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인 월드컵이 개막한다. 중계권 갈등, 경기 시간대의 아쉬움 등 여러 잡음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딛고 이번 월드컵이 다시 한번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정이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한국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험대를 지나왔다. 여기에 당초 JTBC의 독점 중계권 확보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축구팬들의 우려와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개막 직전 JTBC와 지상파인 KBS가 공동 중계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다만 중계권 갈등은 봉합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바로 '시차'와 '식어버린 대중의 관심'이다.
◆ 늦은 밤과 이른 아침 사이…'시차 한계' 정면 돌파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시각 기준으로 주로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시간대에 경기가 치러진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 역시 체코전(오전 11시), 멕시코전(오전 10시), 남아공전(오전 10시) 등 모두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이나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오전 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광장에 모여 다 함께 목청이 터져라 외치던 거리 응원의 낭만을 기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가와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집관족(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과 '실내 응원족'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시차 한계 극복에 나섰다.
먼저 JTBC는 대형 쇼핑몰인 스타필드와 손잡고 실내에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응원전을 기획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출격하는 조별리그는 전 점포에서 중계되며, 스타필드 코엑스몰과 수원에서는 한국전 포함 조별리그 20경기를 만나볼 수 있다.
월드컵 공식스폰서인 카스를 운영하는 오비맥주는 11일부터 25일까지 강남역 인근에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이른 낮 시간대 축구 팬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수도권 주요 스포츠 펍과 식당 등 5곳을 '카스 뷰잉펍'으로 조성해 단체 관람 및 응원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 "축구도 야구처럼"…스포츠가 주는 '도파민'의 힘 기대
최근 국내 스포츠 판도에서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대중적 몰입도가 다소 낮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가 단순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 국민에게 다시 한번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들이 기대하는 모델은 멀리 있지 않다. 지난 3월 치러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 국가대표팀이 짜릿한 승부 끝에 8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전국에 거센 도파민을 선사했던 것처럼 축구 역시 충분히 그 배턴을 이어받길 바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조별 대진을 두고 대진 운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조별리그 통과 난이도가 낮아진 데다 토너먼트 진출 시 이전보다 높은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한 역대급 구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덕연 축구 해설위원 또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에 관해 "조별리그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황 위원은 "48개국 체제로 바뀌면서 조 3위까지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고, 현실적으로 조별리그 3경기 중 1승만 거두더라도 다른 조 3위 팀들과 비교해서 성적에 따라 32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위원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변화된 체제 아래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귀국하는 건 우리 대표팀의 전력을 고려해 봤을 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냉철한 일침도 덧붙였다.

◆ 우여곡절 끝의 킥오프…'다시 붉은 축제로' 응답할 시간
황 위원의 말처럼 모든 잡음과 우려를 뒤로하고 이제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할 시간만 남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11시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19일 멕시코, 25일 남아공과 차례로 맞붙는다.
이에 황 위원은 "지난 월드컵 때 우리 대표팀의 성공을 함께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월드컵 역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오전 경기에 따른 시차가 발목을 잡는다. 이와 관련해 황 위원은 "처음에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몰래 꼽고 볼 수도 있으니 텐션을 낮춰야 하나 고민했다"면서도 "하지만 학교나 광장 등 곳곳에서 단체 관람을 하며 응원할 학생들과 팬들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오전'이라는 시간대에 묶이기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걸맞게 평소 해외리그 중계처럼 텐션 높고 몰입감 넘치는 중계로 시청자들께 다가기로 결정했다"고 자신만의 중계 포인트를 밝혔다.
황 위원 또한 누구보다 이번 월드컵이 팬들만의 리그를 넘어 국민이 하나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표팀과 축구계가 경기 안팎으로 보여줘야 할 모습이 중요했다.
황 위원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를 무시한 채로 진행됐고, 대회 직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임 발표까지. 개인적으로는 역대급으로 어수선한 월드컵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보여줄 수 있는 건 결국 운동장 위에서의 간절함 그리고 결과를 통한 증명뿐"이라고 짚었다.
즉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온몸을 던져 뛰는 진심 어린 플레이와 좋은 대회 성적만이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것. 황 위원은 "이번 월드컵은 단순히 성적을 넘어 한국 축구가 대중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구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황 위원이 꼽는 키플레이어는 전북현대 소속인 김진규다. 황 위원은 "우리 대표팀이 교체 자원을 선택할 때, 그리고 변화를 가져갈 때 1·2순위로 꼽힐 수 있는 선수"라며 "대표팀 중원의 핵심 자원인 황인범과 짝을 이뤄서 뛸 수도 있고, 황인범이 하는 역할을 그대로 대체해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일어선 '2026 북중미 월드컵', 이제 전 국민이 '다시 붉은 축제'로 응답할 차례다.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 시간대가 오전이라 많은 분들이 일상 속 혹은 업무 속에서 경기를 접하게 될 것 같다. 힘든 출근길, 지치는 업무와 학업 속에서 우리 대표팀의 시원한 골 소식과 승리 소식이 여러분의 하루를 깨우는 최고의 활력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 축구가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이 다시 팬들의 사랑을 신뢰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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