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일선고·전속 조정위원 활용도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생계와 직결된 민사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생사건 전담재판부가 출범 100일을 넘겼다. 일반 민사사건보다 빠르게 변론과 조정을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신속한 권리구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부터 민사22~25단독 4개 재판부를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과 소상공인 간 대금 분쟁 등 사건 장기화가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민생사건 전담재판부에 접수되는 사건은 임대차 분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은 물론 월세 연체와 건물 인도 문제를 둘러싼 임대인 측 분쟁도 주요 사건 유형으로 꼽힌다.
운영 방식도 일반 민사사건과 다르다.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는 신속한 소장 송달과 조기 변론 등을 통해 분쟁의 이른 종결을 추진하고 있다.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되면 약 5주 뒤 첫 변론기일이 열리도록 사건을 관리하는데, 일반 민사사건이 첫 기일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수준이다.
이를 위해 즉일선고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 반환 청구 사건에 한해 변론 당일 곧바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민사 재판부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 빈도가 높지 않지만,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는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취지에 맞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법원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나 소송비용 부담이 어려운 당사자를 위한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당사자의 신청뿐 아니라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사자에게는 전담 변호사 명단을 제공해 소송 진행을 지원한다.
이 같은 신속 처리 기조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 사건 중에는 접수 47일 만에 판결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임차인 A 씨는 임대인 B 씨에게 보증금 5000만원 전세로 살다가 이사를 위해 지난해 11월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혔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가 주택을 비운 뒤에도 B 씨는 자금 사정을 이유로 반환을 미뤘고 보증금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의 보증금 반환 요구를 임대차계약 해지 의사표시로 판단했다. 이어 임대차계약이 변론종결일인 지난 3월 17일 종료됐다고 보고, B 씨에게 보증금 5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29일 접수돼 3월 17일 선고됐으며, 판결은 4월 4일 확정됐다.
법원 내부에서는 민생사건 전담재판부를 사법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민생사건 전담재판부 부장판사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 그냥 막연히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국민들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일반 민사재판부에서도 건물인도나 전세보증금 반환 등 당사자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우선 처리해 왔다"며 "민생사건 전담재판부가 생기면서 일반 재판부가 별도로 급한 사건을 선별할 필요가 없어져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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