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반출 저지, 선관위 차량 막아
"투표함 개표돼야 당선인 확정 가능"

[더팩트ㅣ이예리·안디모데·진주영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앞에 시위대가 모여 이틀째 대치를 이어갔다. 이들이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고, 선관위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2000여명의 표는 개표조차 되지 못했다.
◆ 잠실 투표소 투표함 반출 막고 몸싸움
극우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300여명은 4일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설치된 잠실7동 제2투표소 입구를 둘러싼 채 이틀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개표 중단'이 적힌 팻말과 함께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 "부정선거" 등을 외쳤다. 한 60대 여성은 "선거 다시 해야 한다"며 "여태 살면서 투표용지 없어서 투표 못한 적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전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로 늦췄으나 성난 시위대는 인간 띠를 만들어 투표소 입구를 전면 봉쇄하고 투표함 반출을 막았다. 선관위는 경찰에 투표함 반출 협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물리력 행사에 따른 충돌 등 우려로 밤새 시위대와 대치했다. 현장에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김은혜·신동욱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차례로 방문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투표소에서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과 선관위 직원 1명이 나오자 시위대 6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신원을 밝혀라", "어딜 도망가냐"고 소리쳤다. 일부는 김 사무처장을 밀치고 붙잡으며 이동을 막았다. 인근에 배치된 경찰 기동대는 시위대의 몸싸움을 제지했다.
김 사무처장은 "오늘 개표 결과가 확정이 돼야 당선인 결정을 할 수 있다" 며 "서울시선관위를 대표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인 결정이 되고 나서야 선거 효력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밤샘 시위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파트 주민들은 시위대를 피해 출근길을 재촉했고, 시위대에 막힌 차량은 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해 경적만 울렸다. 60대 여성은 "새벽에는 자느라 몰랐는데 밖이 소란스러워 나왔다"며 "주변 산책하려고 했는데 너무 시끄럽다"고 했다.
40대 남성은 "경비아저씨들 출근 도장도 못 찍고 있다"며 "조용한 동네에서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 딸이 모의고사 보고 있는데 이게 뭐냐"면서 "동네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와서 시끄럽게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과천 선관위 '부정선거' 주장 고성
유튜버 전한길 씨 등 일부 극우 성향 시위대도 경기 과천시 선관위 청사 앞에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부정선거 입법독재'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전 씨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관위 앞으로 모여달라"며 지지자들 결집도 독려했다. 이에 시위대는 1200여명까지 늘었다가 오전 날이 밝으면서 300여명으로 줄었다. 현장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이영돈 PD와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등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부정선거 원천무효' 문구가 적힌 트럭 앞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오전 8시45분께 선관위 청사에서 흰색 차량이 나오자 가로막고 "체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차량을 두드리거나 차량 앞에 드러눕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차량은 후진해 청사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후에도 시위대는 선관위 차량은 물론, 경찰 차량과 취재진 차량까지 청사에 오가는 차량을 막아섰다.
경찰은 선관위 인근에 기동대 5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문 앞에는 폴리스라인도 설치돼 시위대의 청사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크고 작은 승강이를 벌였다.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을 가리켜 "범죄자"라고 소리치거나 "너희 이제 못 나와"라고 고성도 외쳤다.
일대 주민들은 시위대의 고성과 욕설에 불편을 호소했다. 청사 인근 어린이집 교사 김모(52) 씨는 "아이들이 자는 시간도 있어서 자제해주면 좋을 텐데 소음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육을 해도 아이들이 시위 현장에서 나오는 노래를 계속 따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근 회사 직원 50대 김모 씨는 "아침부터 우리 건물 앞을 몇 명이 막았다"며 "회사에 피해가 올까 우려된다"고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반출되지 못한 투표함은 2개이며, 2000여명의 표가 담긴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시선관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뜻을 같이한다.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이송을 강행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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