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인 3일 오후 1시 쯤 울릉도의 대표적인 유명 관광지이자 '부자(父子)의 섬'으로 잘 알려진 죽도에서 바라본 울릉도가 하얀 해무(海霧)에 휩싸였다.
푸른 하늘 아래 낮게 깔린 짙은 바다 안개가 섬의 하부를 빈틈없이 감싸 안으며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산림청 소관 국유림인 죽도는 울릉읍 저동리 북쪽 바다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 20만 7818㎡, 해발 고도 116m로 정상부는 거의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섬 둘레는 약 4km 규모다.
울릉도의 44개 부속 섬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이곳은 대나무가 많아 '죽(竹)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면이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에도 압도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도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동북방으로 7km, 저동항에서 4km 떨어져 있으며, 본 섬과 가장 가까운 북면 섬목과는 불과 1.5k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먼 옛날에는 4가구 30여 명이 북적이며 살아가던 곳이었지만 현재 죽도에 남은 주민은 김유곤 씨다. 그의 아내 이윤정 씨는 아들 민준 군의 학업을 위해 뭍으로 떠난 상태다.
죽도의 본격적인 정착 역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척박한 땅에 유곤 씨의 부모님이 울릉도 본 섬에서 이주해 오면서 터를 잡았다. 당시 함께 들어왔던 3가구는 모진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떠났지만 유곤 씨 가족만은 끝까지 남아 더덕밭을 일구며 섬을 지켰다. 유곤 씨에게 이곳은 단순한 삶의 터전을 넘어 평생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유지가 깃든 '떠날 수 없는 고향'이다.
그동안 죽도 주민들의 삶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설치된 마이크로웨이브 장비가 기상 악화 등으로 잦은 고장을 일으키면서 죽도는 사실상 외부와 연락이 끊기는 '불통의 섬'이 됐다.

특히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구조 요청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이후 통신사 KT가 전격적인 조치에 나섰다. KT는 죽도 내 노후화된 통신 장비를 전면 철거하고, 무선 5G 장비와 최신형 증폭기, 안테나 등을 새로 구축했다. 이를 통해 죽도 내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존보다 5배 이상 빨라졌으며, 주민들은 마침내 고립의 공포에서 벗어나 불편 없는 통신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죽도의 유일한 주민 유곤 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도선을 이용해 울릉 본섬으로 나와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해무 속에 가려진 신비로운 풍경만큼이나 척박함을 기적으로 바꾼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죽도의 푸른 대나무 숲 사이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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