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물량 감소에 전월세난 지속 전망
지방선거 이후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의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출과 주택공급 정책을 둘러싼 메시지가 시장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는 '李정부 부동산 1년' 시리즈를 통해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가 시장에 어떤 신호로 작용했는지 분석하고 취임 이후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금융 규제와 공급 확대를 축으로 전개돼 왔다. 대출 규제와 갭투자 차단으로 시장 과열을 눌렀다. 동시에 공공 중심 공급도 확대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정책 효과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집값 대책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2년 차에는 규제와 가격 흐름 사이 줄다리기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반드시 탈출할 것"이라고 적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대목으로 보고 있다.
◆ 금융 규제로 시작된 수요 억제 정책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동산 정상화'를 국정 핵심 과제로 선정해 규제·공급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해 왔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를 먼저 잡고 부동산으로 집중된 자금 흐름을 금융시장으로 분산시키려는 구상이다. 6·27 대책(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주택 공급 대책(9·7 대책)도 발표하며 수도권 중심 공급 확충과 민간 공급 유인 강화책을 마련했다. 특히 부동산 불법행위 관련해서는 '7대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도 부동산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친 변수가 됐다. 부동산 투기 근절과 다주택자 세제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 기대 심리를 제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SNS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에는 "부동산 불패? 이제 그런 신화는 없다"고 적으며 시장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월 첫째 주 0.27%에서 둘째 주 0.22%, 셋째 주 0.15%, 넷째 주 0.11%로 내려갔다. 3월 들어서도 첫째 주 0.09%, 둘째 주 0.08%, 셋째 주 0.05%로 상승폭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이후 넷째 주부터는 상승폭이 소폭 확대되거나 유지됐지만 2월 초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세금 규제 강화 메시지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지난달부터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재건축 기대감과 급매물 소진·공급 부족 등이 맞물리며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을 다시 밀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이 발생하는 등 서울 전체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준공 실적 역시 부진한 흐름이다. 국토교통부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4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7만9371가구로 1년 전 대비 11.8% 줄었다. 서울 인허가는 1만276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감소했다. 전국 준공도 지난해 동기 대비 45.9% 급감했고 서울도 41.3% 크게 줄었다. 서울은 착공 실적도 1년 전보다 16.0% 줄었다.
◆ 입주 물량 감소…전월세 시장 불안 지속 전망

공급 감소는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약 1만3599가구로 집계됐다. 전년(1만6812가구) 대비 19.1% 감소한 수치다. 수도권에서는 총 7개 단지가 입주한다. 다만 서울 예정 물량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KB주택시장리뷰'에 따르면 전세전망지수·전세수급지수는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전세 물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전셋값 급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매물 부족이 꼽힌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됐고 신규 입주 물량도 줄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 자체가 줄었다.
김지연 부동산R114 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전세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보증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는 가운데 월세 부담까지 추가되는 계약이 늘며 임차인의 주거비가 가중되고 있다"며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입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됐고 순수 월세로 이동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보증금을 유지한 채 월세를 병행하는 계약을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자의 자금 부담과 임대인의 수익 추구가 겹치며 준월세는 서울 전월세 시장의 핵심 계약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된 만큼 준월세 확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오는 7월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보유세가 강화될 경우 임대인의 세부담 증가가 임차인 주거비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거시경제 변수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아파트 가격 하방경직성을 강화해 매매가격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 "수요 억제책 장기 안정 해법 어려워…명확한 공급 신호 중요"

이에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으로 비(非)아파트 시장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6만6000가구를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배치한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비아파트는 도심 내 수요에 맞는 주거 공간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공급원"이라며 "1·2인 가구 전월세 수요 대응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공급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무엇보다 명확한 공급 신호가 중요하다"며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은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인 안정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제 개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와 공급 확대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집값 흐름을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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