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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시장 주목하는 은행권…우리은행, '생산적 기업승계' 승부수
창업 1세대 고령화·후계자 부재에 승계 수요 확대
전담센터·김앤장·삼일PwC·기보 협업으로 원스톱 지원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 간담회' 에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 간담회' 에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이 중소·중견기업 기업승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전담 조직과 외부 전문기관 협업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창업 1세대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우량 중소·중견기업의 폐업·사업 축소 우려가 커지자, 기업승계를 단순 상속·증여가 아닌 고용 안정과 기술력 보존, 공급망 유지를 위한 생산적 금융 과제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1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 방향과 기업승계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를 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중단을 막고 임직원 고용 안정,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 강화, 중소기업 기술력 보존을 지원하는 중장기 금융·컨설팅 영역으로 규정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상속·증여 영역에 머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창업주가 자녀에게 경영권과 지분을 넘기는 친족 승계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녀가 승계를 원하지 않거나 기업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직원 승계, 제3자 매각, 인수합병(M&A) 등으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기업승계의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M&A는 연평균 385건, 약 12조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전체 기업 M&A 거래에서 중소기업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8.6%에 달했으며, 특히 거래금액 300억원 이하 중소형 거래가 시장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창업주들의 승계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경영자 고령화가 진행되는 반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우리은행이 기업승계 업무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대표자 가운데 50~69세가 70.2%, 70세 이상이 20.5%로 나타났다.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은 52.7%로 가장 높았지만, 43.7%는 아직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녀 승계를 원하더라도 실제 자녀의 승계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산업 전망 불확실성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사례도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승계가 지연될 경우 경영 공백, 투자 위축, 지배구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량 중소기업이 후계자 부재로 폐업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 고용뿐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거래망,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은행은 기업승계를 ‘생산적 기업승계’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생산적 기업승계를 기업의 폐업, 사업 중지, 사업 축소를 막고 임직원 고용 안정,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 강화, 중소기업 기술력 보존을 목적으로 한 중장기 금융지원과 컨설팅으로 설명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회계·세무·M&A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업승계 전담조직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은행권 첫 기업승계 전담조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센터는 자녀 등 친족 승계뿐 아니라 임직원 승계, 제3자 매각 등 다양한 승계 방안을 검토하고,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무·법률·금융 이슈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 신설 이후 우리은행은 총 554개 기업과 기업승계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 가운데 102개 기업에는 중장기 승계전략 수립부터 자금 연계 금융솔루션,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아우르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는 MBO와 EBO 등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MBO는 기존 경영진이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고, EBO는 임직원이 집단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M&A시장 현황 관련 표와 그래프. /삼일회계법인
중소기업 M&A시장 현황 관련 표와 그래프. /삼일회계법인

우리은행은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M&A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3억원을 특별출연해 438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PwC와도 기업승계 비즈니스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법률·세무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전략은 단순한 컨설팅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승계 구조 설계, 세무·법률 자문, 인수금융, M&A, 보증 연계,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묶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분 이전, 상속·증여, 매각, 인수자금 조달, 법인자금 운용, 오너 자산관리 수요를 기업금융 서비스와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승계 전략은 기업금융 수익원 다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적인 기업대출만으로는 수익성과 고객관계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중견기업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종합 금융서비스로 기업금융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다.

특히 기업승계는 은행 입장에서 장기 고객관계를 확보하기 유리한 분야다. 승계 준비 단계에서는 세무·법률 컨설팅과 지배구조 설계가 필요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인수금융, 보증, M&A 자문 수요가 발생한다. 승계 이후에는 퇴직연금, 법인자금 운용, 오너 일가 자산관리, 재투자 수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업 고객과 오너 개인 고객을 동시에 묶을 수 있는 구조다.

정책적 명분도 있다. 기업승계가 실패하면 개별 기업의 폐업에 그치지 않고 고용 불안, 기술 단절, 지역경제 위축, 공급망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면 일자리와 매출 기반,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유지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은행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 기업의 가업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누적 500개 기업 기준으로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 보전, 생산유발효과 46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934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사례도 우리은행 전략의 참고 모델로 제시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후계자 부재율이 2025년 50.1%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약 12만개 기업이 사업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에서는 친족 승계 비중이 줄고 임직원 승계와 M&A 등 친족 외 승계가 확대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M&A를 포함한 친족 외 승계는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후계자 부재 문제를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역 한정 사업승계 펀드를 조성하고, 시즈오카금융그룹은 캐피탈 자회사의 현장 임원 파견과 관리회계·인사제도·디지털 전환 지원을 결합한 핸즈온 승계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미즈호금융그룹은 대출, 메자닌, 지분투자, 신탁 등을 결합한 원스톱 패키지로 기업승계 지원 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경쟁 은행들도 기업승계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삼정KPMG와 중소·중견기업 대상 M&A와 기업승계 자문 서비스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거래 중인 기업 오너와 법인을 대상으로 기업승계와 M&A 관련 수요를 발굴하고, 삼정KPMG는 기업가치 평가, 회계·세무 자문, 거래 구조 검토 등 M&A 전 과정에 필요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하나은행도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M&A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특별출연금 15억원과 보증료지원금 5억원 등 총 20억원을 출연하고, 기술보증기금은 이를 재원으로 총 657억원 규모의 협약 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기업승계와 M&A를 추진 중인 인수 기업이며,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이 지원된다.

은행권의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신한은행은 삼정KPMG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가치 평가와 M&A 자문, 인수금융, 자산관리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보증 공급을 통한 금융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지원센터를 별도로 두고 김앤장, 삼일PwC, 기술보증기금과 협업해 법률·세무·금융·M&A를 묶는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의 생산적 기업승계 활성화시 파급 효과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은행의 생산적 기업승계 활성화시 파급 효과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권에서는 기업승계 시장이 향후 은행권 기업금융 경쟁의 새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라는 구조적 흐름이 이어지는 데다, 기업승계가 단순 자문이 아니라 대출, 인수금융, 보증, M&A, 자산관리까지 연결되는 복합 금융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기반이 강한 은행일수록 기존 거래 기업을 중심으로 승계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우리은행은 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축소를 방지하고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법률·세무·금융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파트너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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