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원인과 초기 대응을 두고 많은 의혹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 원인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의 마지막 남은 구간으로, 하부에 철도가 교차하는 교량 구간이었다. 이미 철거된 구간은 8개의 거더(보)로 지지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사고 구간은 높이 1.2m의 소형 거더 16개로 지지하는 방식이었다. 길이 28m에 달하는 교량 하부 철로의 유효 높이를 확보하기 위한 설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고 구간이 철거 전 안전진단에서 거더 내부 강선 일부가 파단됐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점이다. 28m 길이 대비 높이가 낮은 거더는 개별 지지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량 하부에 철로와 송전선이 지나고 있어 지지대를 받친 상태에서 해체하는 방식도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기존 구간과 동일하게 며칠에 걸쳐 상판 절단 및 거더를 하나씩 들어내는 방식을 고수했다. 결국 사고 당일 새벽 절단 작업을 70%가량 진행하던 중 최외곽 거더에 처짐 현상이 발생했고, 당일 오후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 구간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기존과는 다른 시공 방식을 검토해야 했다. 결과론적인 가정이지만 이미 철거돼 공간이 확보된 교량 양쪽에 크레인을 설치하고, 거더를 상부에서 크레인으로 붙잡은 상태에서 하나씩 절단해 곧바로 들어 올리는 방식을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이 외에도 12~24시간 정도의 연속적인 작업이 가능하다면 다른 대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철도 운행 중 작업이 불가능해 '하루 3시간만 작업한다'는 전제조건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즉, 작업시간 동안 철도 운행을 일시 제한하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선행돼야 했다.
사전에 사고 구간의 위험성과 적절한 작업 방식에 대해 참여 주체들 간에 어떤 검토와 협의가 있었는지는 사고 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진정 안전을 우선하는 시스템이라면 적어도 이런 고위험 구간에서만큼은 철도 운행을 우선시하는 '하루 3시간 작업'이라는 제약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하지 않았을까?
혁신을 통해 예외를 만들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효율과 안전은 상충하기 마련이다. 기존의 효율을 100% 유지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갑작스런 거더 처짐이라는 위험 징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교량 길이 28m의 1000분의 1 수준인 29㎜ 처짐에 대해 전문가 진단 없이도 철도 운행을 긴급 중지할 수 있을 만큼 안전을 중시하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작업 계획 수립 시 고위험 구간에 대해서는 철도 운행을 잠시 멈추더라도 안전한 작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lahep12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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