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체제 인정, 관계 개선 출발점"
영사협력원 보호 제도 보완 필요성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단둥(중국)=정소영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 속 중국 단둥 현지 교민 사회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북중 교역의 핵심 통로이자 북한의 대외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 특성상 남북 관계 경색 때마다 현지 교민 사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일부는 "남북 관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은 단둥"이라고 말한다.
지난 17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모처에서 <더팩트>와 만난 백종범 단둥한국인회장은 "단둥은 일반적인 중국 도시가 아니다"며 "북중·한중 관계뿐 아니라 남북 관계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특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단둥은 압록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맞닿아 있다. 현지에선 남북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던 시기에는 북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와 관련, 백 회장은 "우리는 6·25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지 않나"라며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일부 교민들이 북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옆자리에서 식사해도 크게 불편함 없이 지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치 상황이 바뀔 때마다 단둥 현지 교민 사회는 긴장한다"고 우려했다.

최근 북한은 '통일' 표현을 지우며 대남 강경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개정 헌법에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문구가 빠졌다. 지난 2월 19~25일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 총화 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루어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세 변화는 현지 교민 사회 축소로도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백 회장은 "과거 단둥에는 한국 사람이 300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가족 단위 포함해 120명 수준"이라며 "남북 관계 등이 경색되면서 교민 사회도 위축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단둥 교민 사회는 40~6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 회장은 "개성공단은 가동 중단 후 정부 차원의 논의나 보상 문제라도 공론화됐지만 단둥 교민 사회는 관심 밖에 있다"며 "현지 교민 사회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 해법과 관련해선 "현실적으로는 상호 체제를 인정해야 남북 관계가 풀릴 수 있다"며 "현지 교민 입장에선 관계 복원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당분간 한반도 정세 반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백 회장은 "국제사회 관심이 중동에 집중된 상황에선 북한이 미국과 대화 국면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전쟁 이후에야 북한 문제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12년 만에 방남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내고향여자축구단' 사례에 대해선 "북한 선수단이 한국 경기를 오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현지 영사협력원 운영 문제도 화두로 거론됐다. '영사협력원 운영에 관한 지침' 제2조에는 '영사협력원은 공관 비상주 국가 또는 영사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지역에서 직무수행약정서에 따른 제한적 범위 내에서 재외국민보호 활동을 하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백 회장은 "급할 때 선양(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에서 바로 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현지 영사협력원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거나 현장 확인을 부탁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하면 영사협력원이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단둥한인회 출신 한 교민이 영사협력원 활동 과정에서 중국 국가안전부 조사를 받은 사례도 언급했다. 백 회장은 "당시 현장 자료를 찍어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안다"며 "이후 (교민은)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영사협력원은 '영사조력법 시행령'과 '영사협력원 운영에 관한 지침'에 근거해 운영된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지도에 따라 민간인으로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현지 우리 국민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으며 원칙적으로 지도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영사협력원의 행위는 재외공관의 책임 하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촉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금지돼 있고 이에 대해서는 재외공관 책임이 없다"며 "부적절한 사유가 있으면 영사협력원을 해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백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간) 교민은 영사관에서 요청해 촬영했는데 (조사 당시) 보호가 제대로 안 이뤄진 것 같다"며 "영사협력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단둥 교민 사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많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