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2.6%·물가 2.7%로 대폭 상향…"환율 쏠림 용인 않겠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과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성장세 확대, 원·달러 환율 변동성,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동결 유지에서 인상 시점 조율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동결 기조가 유지된 것이다. 다만 이날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금통위원 5명은 동결에 찬성했지만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의 성격을 '관망'에 가깝게 설명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성장도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변동성,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했다. 중동전쟁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정보기술(IT) 수출 확대, 정부 추가경정예산, 증시 호황 등이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물가 전망도 크게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4%로 각각 올렸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석유류 이외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되고,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수요 측 물가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여건을 세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물가 측면에서는 유가 상승의 직접 효과뿐 아니라 공산품·서비스 가격으로 이어지는 간접 효과와 기대인플레이션을 통한 2차 파급효과를 경계했다. 그는 체감물가와 관련해 "생활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성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경기 확장이 단순한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신 총재는 1분기 GDP 성장률과 국내총소득(GDI) 증가율 간 차이를 언급하며,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국내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향후 성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시장 관심이 컸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서는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가 남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일정한 해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며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소수의견에 대해선 금통위원들 사이의 방향성 차이라기보다 실행 시점에 대한 전술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을 보나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당위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와 근원물가 흐름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조금 더 기다려도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신 총재와의 일문일답.
-시장에서 연내 금리 2회 인상 기대가 높아졌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나 횟수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나. 점도표의 최고값이나 중간값, 분포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 전에 배경 설명을 조금 드리겠다. 이번에는 크게 세 갈래로 봐야 합니다. 첫째는 물가, 둘째는 성장, 셋째는 금융안정입니다. 금융안정에는 환율, 가계부채, 자산가격 같은 부분이 포함된다.
물가부터 보면, 중동 상황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또 유류는 여러 가치사슬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산품이나 서비스 가격으로 이어지는 간접 효과도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2차 파급효과다. 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이나 근원물가, 기업의 가격 결정, 임금, 수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봐야 한다.
4월 근원물가는 아직 2.2%지만, 다른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꽤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생활물가는 체감물가에 가까운 품목들이 포함돼 있는데, 4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2.9%였다. 생활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물가 추이를 보면 상방 압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성장도 중요하다. 1분기 성장률이 1.7%로 매우 좋게 나왔다. 저희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면 중동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6%보다 더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환율이 약세 쪽에 있고,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도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통화정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여러 목표가 서로 상충될 때이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면 어디로 가야 할지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을 봐도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
결국 금리 문제는 세 가지로 봐야 합니다.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다. 이번 점도표를 보시면 이 세 가지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도표의 의미도 말씀드리겠다. 금통위원 1명당 3개씩, 7명이 모두 21개의 점을 찍는다. 이 점도표는 개별 위원의 견해도 보여주지만, 각 위원이 느끼는 주관적인 불확실성도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점도표의 폭이 큰 것은 현재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위원 간 인식 차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번 금리 결정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소수의견을 낸 분들의 의견을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 물가는 언제 정점에 도달한다고 보십니까. 물가 전망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 GDP 갭은 언제 플러스로 전환된다고 보나.
물가 정점부터 말씀드리면, 대략 올해 하반기에 정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저희가 정책을 잘 써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정책 대응을 반영한 판단이다.
물가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중동 사태다. 인플레이션에는 중동 사태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성장은 반도체 경기 흐름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소수의견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틀로 보시면 된다.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을 보나 금통위원들이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그런 점에서는 의견을 모으기가 비교적 쉬운 면이 있었다.
다만 같은 인식 위에서 이것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당위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재 불확실성이 크고, 근원물가와 관련해서도 아직 4월 통계가 마지막이다. 다음 통계를 더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조금 더 염두에 두고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물론 너무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기다려도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소수의견은 큰 틀에서 다른 의견이라기보다는 같은 인식 아래에서 전략적 차이가 있었다고 보시면 된다.
GDP 갭은 내년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6%로 제시됐다. 이런 성장세를 일시적 반등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내수 회복 등을 동반한 구조적인 흐름으로 봐야 하나. 중동전쟁 시나리오별 성장률과 물가 영향은 어떻게 보나. 반도체 기업 성과급이 물가와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1분기 GDP 성장률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1분기 통계를 보면 GDP 성장률과 GDI 성장률 사이에 상당히 큰 차이가 났다. 작년 동기 대비 GDP는 3.6% 증가했고, GDI는 12.4% 증가했다.
GDI는 국내총소득이다. GDP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GDI에는 교역조건 변화가 반영됩니다. GDI가 크게 오른 것은 같은 양을 생산해도 국제가격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 가격 효과가 컸다.
결국 지금의 성장세가 일시적인지 아닌지는 반도체 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의 문제와 같다. 현재 가격 추이로 보면 높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는 단기간에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이번 성장률 전망 상향은 순간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이 맞다고 봤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결국 언제 사태가 안정되고, 유가가 얼마나 빨리 내려오느냐가 중요하다.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설령 오늘 당장 사태가 안정된다고 해도 유전은 수돗물처럼 틀고 닫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을 재개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노사가 합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볼 때 임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수출 등 여러 구성 요소가 있는데,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늘리면 물가 측면에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매우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노사 간 합의가 중요하지만, 한국은 양극화 문제도 중요하다. 성과급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채권시장이 최대 네 차례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 점도표 발표 이후에도 금리가 올랐는데, 시장 반응을 어떻게 보나. 시장금리가 먼저 오른 것이 한은에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보나 아니면 과도하다고 보나. 채권시장 안정조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채권금리에 대해서는 대외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한국 금리도 올랐지만,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동전쟁이고, 주요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국가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요인으로 최근 국채금리가 많이 올랐다.
포트폴리오 투자 측면에서 보면 한국 국채도 글로벌 국채 흐름과 동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영국 국채, 유럽 국채 등을 같이 담고, 한국 국채도 그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늘 시장 반응은 그때그때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대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단기적인 반응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은 시장 참여자들끼리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합의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가끔 시장이 망가지는 때가 있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고, 포지션이 너무 치우쳐서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다.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고려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고 변동성도 큰다. 최근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역외 선물환 거래가 현물환 거래를 흔드는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인가. 고환율을 '성공의 비용'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다. 첫째는 환율 약세의 배경, 둘째는 NDF 시장에 대한 정책, 셋째는 고환율을 성공의 비용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견해다.
최근 환율 약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동 정세라고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시장을 보면 느낄 수 있듯이, 중동 상황이 유가와 여러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유 수입국의 환율은 원유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면에서는 중동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면 앞으로 원화가 강세로 갈 여지도 있다고 본다.
NDF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다. 원화 원금에 접근하지 않아도 역외에서 달러로 차액만 결제하는 시장이다. 국내 시장의 규제나 정보 교환, 거버넌스 틀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보다 투명성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가끔 이 시장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시간으로 밤에 역외 NDF 거래가 일어나고, 그 가격이 다음 날 국내 현물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역외에서 NDF를 사고팔면 결국 헤지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큰 금융시장 충격이 있을 때 이런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결책은 원화 국제화다. 원화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다. 실제로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거래가 더 많이 이뤄지면, 원화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시장도 더 투명해질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시장을 개방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지금 바깥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더 투명한 쪽으로 끌어오자는 의미다.
고환율을 성공의 비용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저는 환율 약세를 용인한다는 의미로 읽지는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부분은 일시적인 유동성 요인일 수 있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했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환율이 매우 중요하다. 환율은 유동성과 금융안정뿐 아니라 수입물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그런 점에서 환율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이 자리에서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는 환율 쏠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수단도 있고, 의지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
-근원물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지만, 지금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언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오늘 금리를 인상했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시장에서는 최종금리를 3.5% 정도로 보는데, 이 컨센서스는 어떻게 보시나.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가 없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시나.
선제적인 인상이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부분은 앞서 상세히 설명드렸습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금통위에서는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 인식도 같이했다.
다만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가느냐에 대해서는 전술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내부 이견이라고 하기보다는,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통화정책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시면 된다.
어디까지 가느냐, 즉 최종금리 수준은 저희도 아직 모른다. 그래서 데이터를 계속 봐야 한다. 앞으로도 저희가 시장과 잘 소통하겠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물론 1차적으로는 반도체 부문이 가장 큰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설비투자, 건설투자, 소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 중요한 것이 재정이다. 기업 수익이 좋아지면 법인세를 낸다. 세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국민 전체로 돌아가는 부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성과급도 마찬가지다. 성과급에는 소득세가 붙고, 소비를 통해 내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로를 통해 반도체 호황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본다.
-코스피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런 자산가격 상승 흐름을 건전하다고 보시나, 아니면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있다고 보시나.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자산시장 이슈가 반영될 수 있나.
이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눠 답변드리겠다. 하나는 주가 상승과 시스템 리스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가격과 통화정책의 관계다.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측면도 크다. 다만 단기간에 급하게 올라갈 경우 시장을 둘러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빚투 현상이 얼마나 생기느냐가 중요하다.
빚투는 정상적인 수요곡선을 바꿔놓을 수 있다. 정상적인 수요곡선은 가격이 낮아지면 더 사고, 가격이 오르면 덜 사는 구조다. 하지만 빚을 내 투자한 경우에는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기계적으로 팔아야 할 수 있다. 담보 여력이 줄어들고, 마진콜이나 반대매매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격 하락이 더 큰 하락을 부르는 식으로 증폭될 수 있다.
물론 빚투도 자기 판단으로 투자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보면 다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다. 빚투가 만연하면 작은 충격이 큰 시장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바로 시스템 리스크로 간다고 보지는 않다. 시스템 리스크가 되려면 다른 부문과 광범위하게 연결돼야 한다. 과거 닷컴버블 때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크게 하락했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형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번졌다. 그런 점에서 현재 주식시장 상승만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 통화정책 경로도 가늠하기 어렵다. 연준의 금리 동결이 길어진다면 한은 정책 운영에도 영향을 주나.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내수와 취약차주 부담은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주 기재부와 한은의 구두개입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은 국내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 하지만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도 항상 봐야 한다. 특히 미국의 비중이 큰 이유는 세계 금융시스템이 달러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유동성, 위험선호, 금융 여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도 중동 상황으로 인해 물가 충격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준이 인하 쪽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가 약해졌다. 그런 점에서 한미 금리차는 저희에게도 중요한 변수다.
NDF 시장에서도 국내 금리와 미국 금리 차이가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으면 원화를 빌려 달러를 사는 거래, 일종의 원 캐리트레이드가 쉬워진다. 또 국내 투자자가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헤지를 할 때도, 국내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낮으면 헤지 비용이 커진다. 따라서 금리차가 줄어들면 NDF 시장에서의 원화 약세 압력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향후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금리차가 축소되고, 그런 의미에서 원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구두개입에 대해서는 구두개입도 하나의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여러 수단이 있다. NDF 시장 구조를 정비하고, 원화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자체도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취약차주 문제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통화정책은 경제주체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이다. 취약차주, 금융포용, 분배 문제는 더 정교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을 통해 보다 세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은행도 다른 정책당국과 협조해야 하고,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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