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공포 해소…노노 갈등·주주 반발은 계속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성과급 배분 방식 등이 담긴 노사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를 통해 최종 통과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파업 리스크'가 전면 해소됐다. 다만 이번 합의안에 대한 내부 직원과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던 점을 고려하면 성과급 합의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27일 공고문을 내고 "2026년 임금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공고문에 따르면 전체 투표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투표율 95.5%)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4만6142명(73.7%)이 찬성, 1만647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 경영 성과급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서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세전 연봉 1억원 기준, 기존 초과 이익 성과급(OPI)을 포함해 최대 6억원 수준의 자사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 만연했던 총파업 공포 역시 사라지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교섭 첫 상견례를 가진 지 6개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며 압박 강도를 높인 지 3개월여 만이다. 그간 삼성전자 노사는 수차례에 걸쳐 교섭 결렬 및 대화 재개 상황을 겪었다. 중노위 사후조정까지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마련된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서 총파업 예정일(21일) 90여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찬반투표에 참여한 모든 조합원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동교섭단은 이날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폭풍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는 게 재계 평가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는 성과급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지인 메모리 사업부 소속 직원들과 이번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비메모리 사업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 직원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 입장에서는 이날 투표 가결이 해피엔딩이 아니다. 합의안에 따라 600만원 정도의 자사주를 받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DX 부문 직원들은 협상 과정 내내 박탈감과 소외감을 호소해 왔다. 당초 DX 부문이 주축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은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으로 활동했으나, 비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고, 이번 잠정합의안 투표에서도 투표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내부 갈등에 더해 법적 분쟁도 추후 풀어내야 할 과제다. 동행노조는 앞서 신청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이 기각됐음에도 전날 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을 재차 신청했고, 상황을 지켜본 뒤 합의안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하며 법적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주주들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이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상법상 강행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동행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후 합의안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주주운동본부는 합의안 가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과급 확대 요구가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경영계는 이번 성과급 합의에 따른 후폭풍이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 지속해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을 만나 "(삼성전자가) 다행히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합의 이후에도 형평성 문제 등 노사 관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다른 기업, 산업과의 형평성은 물론 기업 내부에서도 사업부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경영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노사 관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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