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광주=최치봉 기자]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인 18일 불거진 스타벅스 사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6·3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야권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5·18 폄훼 논란의 중심인 광주의 신세계 이마트 앞에서는 매일 '스타벅스 불매' 촉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참석자들은 역사 왜곡과 5·18 조롱 의혹을 해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5월단체 회원들도 스타벅스 모회사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무신사의 2019년 '탁치니 억' 광고 사건도 다시 소환됐다. 당시 곤욕을 치렀던 무신사는 또 한 번 사과 성명을 냈다. 기업 마케팅 홍보가 정치적, 역사적 사건과 연결된 탓이다.
이번 스타벅스의 광고 문구는 제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5·18과 진압군의 탱크가 연상되기에 충분했다. 무신사의 광고 문구 역시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신군부 거짓 수사 발표 문구를 그대로 카피했다.
대기업이 마케팅에 이런 문구를 삽입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커피와 패션용품 등 젊은 소비층을 겨냥했을 거란 추측 뿐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하층 노동자와 소외된 한국의 젊은층 이미지가 겹친다. 40대 초반인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2016년 펴낸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에서 같은 해 혜성처럼 등장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사회·심리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짚어냈다.
미국 북동부 산악지대인 '러스트 벨트'의 공업 지대가 쇠락하면서 안정적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이 빈곤층으로 내려앉는 과정을 그렸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빈곤과 가정 해체, 폭력 약물중독 등에 노출됐다. 이들의 분노는 히스패닉 등 한때 '멜팅 폿'을 형성하며 20세기 미국 문명을 꽃피웠던 외국인들로 향했다. 트럼프는 이런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MAGA'를 외치며 두 번씩이나 대통령이 됐다.
이와는 달리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 등 서부권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스타벅스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 시애틀은 보잉사가 2000년대 초반까지 항공 방위산업을 주도했던 풍요로운 도시다. 워싱턴주는 실리콘밸리나 헐리우드와도 이웃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둥지를 튼 시애틀은 커피 한 줌 안나는 곳이지만 세계 제일의 커피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커피를 만들지 않고 문화를 만든다는 내용의 독특한 광고 문구도 회사 성장에 한몫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매출도 세계 매장 가운데 최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를 즐기는 문화를 주도했고, 그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덕택이다.
스타벅스의 이번 역사 조롱 마케팅 논란은 진영 간, 지역 간 또 다른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극우 커뮤니티 누리집에는 지금도 스타벅스 회사 측을 옹호하거나 특정 지역을 비하는 글들이 오가고 있다.
양극화에 따른 빈부 격차, 일자리 상실, 부동산 폭등 등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층이 분노와 좌절을 특정 지역과 세력 등을 향해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스타벅스 사태도 그들에겐 심심풀이 말장난 대상일 뿐이다.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의 정서와도 닮은 꼴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이런 젊은 소비계층을 겨냥한 것일까. 아니면 은연중 극우 논리 확산을 꾀한 것일까. 이번 논란을 일으킨 광고 문구를 의도적으로 제작했을 거라고 믿고 싶진 않다. 그러나 '5·18과 탱크, 책상에 탁!' 같은 표현이 단순 카피라이터의 실무적 착오인지 여부는 경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소모적인 논란은 하루빨리 그쳐야 되지 않겠는가.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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