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사회
항소이유서 2일 늦었다고 각하…"지연 방지" vs "재판청구권 침해"
재판소원 2건 전원재판부 회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도입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더팩트 DB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더팩트 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를 각하하도록 한 제도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라는 평가와 단순히 기한이 지났다고 본안 판단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재판청구권 침해라는 지적이 맞선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15일 항소이유서를 법정 기한보다 늦게 제출해 항소각하 결정을 받은 당사자들이 낸 재판소원 사건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청구인들은 각각 제출 기한보다 2일, 8일 늦게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가 항소 각하 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민사소송법에는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나 제출 기한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민사 항소심에서는 첫 변론기일 직전에야 항소이유서를 내거나 별도 항소이유서 없이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항소심 쟁점 정리가 늦어지며 재판이 장기화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사법개혁 과제로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3월 시행된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제402조의3은 항소인이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지만, 기한을 넘기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항소를 각하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제도 시행으로 민사 항소심의 쟁점 정리가 빨라지고 심리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재판장으로서 선고공판을 진행하는 조희대 대법원장,/대법원
사진은 재판장으로서 선고공판을 진행하는 조희대 대법원장,/대법원

법조계에서도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뒤늦게 새로운 주장이 추가되면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1심부터 충분히 다툴 기회가 있었고 기록접수 통지 이후에도 40일이 주어지는 만큼 기간 자체가 지나치게 짧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위온의 이영훈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듯, 고질적인 사건 적체로 고통 받는 대한민국 사법체계에서 소송경제를 위해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며 "이미 한 차례 재판이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40일이라는 기간이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짧다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기산점도 항소장 접수일이 아니라 기록접수 통지일인 만큼 실제로는 항소심 개시된 시점부터 적지 않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그럼에도 기간 문제로 항소심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소송대리인의 성실성 문제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사소송은 형사사건과 달리 변호사 선임이 의무가 아닌 만큼 단순히 기한이 지났다고 항소를 각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항소 의사가 명확한데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본안 심리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재판청구권 제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2심에서 변호인이 바뀌는 경우에는 기록 검토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같은 각하 방식이 기존 법원 판단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998년 인지보정 사건에서 보정기간이 지났더라도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보정이 이뤄졌다면 소장 등을 곧바로 각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보정 여부를 확인한 뒤 각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snow@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