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으로 시작해 역할·장르 스펙트럼 넓힌 행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단역부터 시작해 단편 영화, 조연 등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올라온 그가 이제는 어느새 한 작품의 주연배우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약하고 있다. 나아가 코미디 작품의 장르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면의 주인공에서 작품의 주인공이 된 배우 임성재의 이야기다.
임성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극본 허다중, 연출 유인식)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갑자기 괴력을 갇게 되는 강로빈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5일 8부작 전편 공개된 '원더풀스'는 1999년 종말론이 떠돌던 세기말을 배경으로,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해성시의 모지리들이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작품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임성재의 변신이었다. 임성재는 세상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무구함의 상징이자 특별한 힘을 쥐게 되는 인물 강로빈 역을 맡아 극의 핵심 웃음 치트키로 활약했다.
그동안 어딘가 서늘하고 묵직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가 한층 힘을 뺀 얼굴과 생활 밀착형 코미디로 작품의 웃음을 책임진 것. 과장된 듯하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예상 밖의 재미를 안겼다.
임성재 역시 이러한 반응이 얼떨떨한 듯했다. 그는 "그간 보여드렸던 역할은 센 캐릭터나 폭력적인 면이 있는 인물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귀엽다면 귀여울 수 있는 역할을 연속으로 하게 돼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특히 '원더풀스'는 임성재에게도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중 큰 이유는 높은 시청률 및 화제성과 함께 임성재라는 이름까지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유인식 감독, 박은빈과 다시 만난 작품이라는 점이다. 당시에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번 '원더풀스'에서는 거의 매 장면 살을 맞대고 호흡했다.
임성재는 "오래 기다린 작품인데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 감독님이랑은 두 번째 작품이라 더 각별했다. 같이 한 배우들을 너무 좋아하게 돼서 기분이 두세 배는 더 좋은 것 같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를 진짜 움직이게 한 건, 이 작품이 가진 지극히 현실적인 매력이었다.
"저희 나이대 남자들은 초능력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요. 그걸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런데 작품이 또 거창한 초능력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어떤 특별한 면들을 초능력이라는 장치로 표현한 느낌이었어요. 시청자분들도 '나도 저런 힘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대입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다. 강로빈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내가 온화한 인상은 아니지 않나. 이미지가 잘 맞을까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믿고 앞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성재는 강로빈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자신을 많이 내려놨다. 목소리 톤부터 표정, 액션까지 모든 결을 이전과 다르게 잡아갔다. 일부러 귀여운 톤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런 역할을 하면 자연스럽게 톤이 올라간다"며 웃었다.
그는 강로빈이라는 인물을 "순수함과 순진함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에 저렇게까지 곧이곧대로 사람을 믿는 인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만화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단다.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현실에도 있을 법한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거든요. 작가님께 '조금 위트 있게 만들어봐도 되냐'고 여쭤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로빈이는 위트가 없을 정도로 순진한 친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어요. 아, 내가 집중해야 하는 건 이거구나 싶었죠."

덕분에 작품 속 로빈의 액션도 남달랐다. 일반적인 액션처럼 주먹을 휘두르기보다는 어딘가 어설프고 귀여운 움직임들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냥냥펀치'도 그렇게 탄생했다. 임성재는 "로빈이가 사람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은 상상이 안 됐다"며 "그래서 주먹을 살짝 꺾어서 쳐봤는데 이상하게 귀여운 느낌이 나더라. 감독님께도 '차라리 주먹질은 냥냥펀치로 하되 그 여파로 사람이 날아가는 느낌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완성된 액션"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로빈과 경훈(최대훈 분)의 브로맨스 호흡은 작품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였다. 특히 최대훈은 현장에서 임성재에게 영감을 준 배우이기도 했다. 이에 임성재는 최대훈의 관찰력과 즉흥성을 보며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최대훈 형은 관찰력이 정말 대단하세요. 현장에 가면 미술팀 세팅이 끝난 뒤 다 만져보고 앉아보고 살펴보세요. 그리고 모든 걸 즉흥적으로 활용하죠. 병실 장면이나, 늪 장면에서 만들어간 저희의 장면 등 대부분 형 아이디어였어요."
두 사람의 호흡이 워낙 좋았던 탓일까. 임성재는 촬영 중 웃음을 참지 못한 순간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임성재는 "대훈 형이 웃음 유발자였다. 덕분에 난 제일 웃음을 못 참은 사람이었다"며 "형 옆에 있는데 어떻게 참나. 다행히 (배)나라 배우도 감독님도 다 웃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인터뷰 말미, 임성재는 '원더풀스'가 가진 진정한 가치와 자신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가 해석한 '원더풀스'는 결국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하고 유약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였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나는 자격이 없다' '쓸모가 없다'라며 자신의 부족함을 내색해요. 저 역시도 스스로 그렇게 쓸만하거나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제 쓸모가 있으니 저라는 배우를 활용해 주시는 거라 믿습니다. 작품 속 로빈이도, 운정(차은우 분)도, 채니(박은빈 분)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그렇게 약해 보이는 이들이 모여서 거대한 무언가를 해내잖아요. '너도 모르는 너만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 선량함의 힘을 보여주는 게 저희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같아요."
단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걸어온 임성재. 그는 여전히 변하고 싶지 않은 단단한 중심을 붙잡고 있었다. 선과 악, 생활극과 장르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여전한 목표다.
"드라마 '서초동'을 통해 인간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드렸다면, 이번 '원더풀스'를 통해서는 조금 더 캐릭터화된 코믹한 변신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배우의 한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소 험악하게 생긴 저조차도 이렇게 귀여운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내잖아요.(웃음) 앞으로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차기작인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2'에서는 이번과는 또 다른 결의 귀여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