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검증 강화 및 소비자 감수성 맞춘 윤리 잣대 복원해야

[더팩트ㅣ유연석·이윤경 기자]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두고 단순한 실무적 실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 리스크 검수 시스템 부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했고,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인적 쇄신에 그칠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시스템 결함'에 있다고 짚었다.
◆ 반복되는 업계 내 역사 희화화 마케팅 논란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에 논란이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서머 캐리백 1급 발암물질 검출, 지난해 미니 가습기 리콜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엔 품질 문제로 발생한 논란이었지만 이번엔 현대사 비극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기업의 역사 인식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역사 불감증 마케팅 논란은 스타벅스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 2019년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양말 광고에 '탁 치니 억 하고'라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당시 무신사 역시 국가 폭력을 마케팅 도구로 삼았다는 비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무신사는 박종철 열사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 책임자 징계 등을 진행했다. 무신사는 사과문도 세 차례 발표했으며,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측으로부터 "문제해결 방식이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스타벅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무신사 광고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광고를 질타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를 통해 "제보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확인해보겠다"고 언급해 더욱 불거졌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도 SNS를 통해 "무신사도 양말 광고를 게재해 큰 논란이 됐는데 또 기업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건 정말로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무신사를 언급했다.
일주일 전에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자막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을 써 논란에 휩싸인 바도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현대사의 아픔을 밈이나 자극적 문구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력화된 스크리닝…다단계 결재 라인의 침묵
이번 스타벅스 프로모션 역시 탱크라는 단어와 결합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탱크는 원래 제품명이라는 내부 해명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비극의 날이었던 5월 18일에, 심지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결합한 기획안이 아무런 필터링 없이 송출됐다. 사내 리스크 스크리닝 시스템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가장 놀라운 건 이 문구들이 실무자, 팀장, 임원, 대표 등 다단계 승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결재 라인 중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한 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내 결재 라인은 이벤트의 규모, 비용, 기간, 기대효과 등에 따라 다르다. 최종 결재자가 임원일 수도, 대표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역사 왜곡 이슈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 문제 등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몇 년 전부터는 유관 부서까지 참조를 걸어 열람하고 의견을 제시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스타벅스의 마케팅 논란을 두고 극심한 실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2025년 매출은 3조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730억원으로 9.3% 줄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거센 공세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 관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마케팅 조직은 단기 실적을 위해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쉴 새 없이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정된 시간 안에 물량을 찍어내듯 쏟아내다 보니 개별 기획안의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재미만 쫓는 밈 마케팅도 한몫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감각에 익숙한 2030 세대 실무자들이 화제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용어를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가져다 쓴다"고 했다.

◆ 전문가들 "전사적 윤리 잣대 복원해야"
전문가들은 위험한 표현을 걸러낼 내부 제동 장치는 풀어둔 채 화제성 경쟁만 이어간다면 제2, 제3의 마케팅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말로만 하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실패한 사례"라며 "결과만 따지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기업 문화 때문에 윤리 의식마저 떨어졌다. 또한 마케팅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역사 의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재미만을 쫓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유통 기업들의 윤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의사결정 전 과정에 윤리적인 잣대를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등을 작동시켜 사전에 논란을 걸러내야 한다"고 했다.
실무진 인적 구성과 교육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국민이나 소비자들의 사회적 감수성을 이해 못 하는 마케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직원들을 채용할 때 역사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 신뢰도 극복을 위해선 진정성 있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덕 교수 역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역사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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