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스포츠
'26명 이름은 완성됐다'...홍명보호에 남은 마지막 퍼즐은 ‘원팀'[박순규의 창]
16일 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 최종 26인 발표
남은 과제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까지 얼마나 '원팀'으로 녹여내느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대한민국 축구의 명운을 건 ‘홍명보호’의 최종 26인 명단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16일 발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전통과 파격, 경험과 패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시대의 압축판’이라 평가할 만하다.

북중미로 향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최종 명단은 단순한 선수 선발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번 26인은 한국 축구가 지난 40여 년간 축적해온 월드컵 DNA의 계승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향한 리더십의 전이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장면은 주장 손흥민의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다. 2014 브라질에서 ‘막내형 에이스’로 시작했던 그는 이제 후배들을 이끄는 대표팀의 정신적 기둥이 됐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홍명보 감독과 황선홍에 이어 세 번째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월드컵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밟는 무대가 아니다. 자기관리, 리더십, 시대를 관통하는 지속성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이번 명단은 세대의 공존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재성 같은 검증된 중심축이 있는 반면, 배준호·엄지성·양현준·이태석 같은 젊은 자원들도 과감히 포함됐다. 여기에 독일계 혼혈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까지 더해졌다. 경험과 패기, 전통과 변화, 국내파와 해외파를 모두 끌어안은 구성이다.

이는 사실상 "가동 가능한 모든 자원의 총동원"에 가깝다. 과거 대표팀이 감독의 확고한 색깔에 따라 일부 유형의 선수를 배제했다면, 이번 홍명보호는 다르다. 유럽파 중심의 현대 축구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K리그의 조직력과 헌신성을 놓치지 않았고,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월드컵 경험의 가치를 버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보다 "통합과 융합"에 방점이 찍힌 명단이다. '슈퍼 조커' 이승우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지만 대표팀 구성의 모든 책임과 권한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감독에게는 자신의 결정을 경기를 통해 증명하고 책임도 져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 26명을 모아놓는다고 강팀이 되는 대회가 아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하나의 팀’으로 녹여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가 보여준 힘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적 스타보다 조직적 압박과 강한 공동체 의식으로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히딩크는 "팀이 스타를 만든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선수단 전체를 하나의 전술 기계처럼 움직이게 했다.

"실력이 뛰어난 11명의 선수를 뽑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들로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현대 축구의 전술적 기틀을 마련한 아리고 사키 전 이탈리아 감독의 이 말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는 홍명보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명보 감독 역시 지금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소속 리그와 축구 문화가 너무 다양하다.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울버햄튼 원더러스 의 황희찬, K리그 선수들까지 모두 축구 언어와 템포가 다르다. 여기에 MLS, 덴마크, 스코틀랜드, 튀르키예 무대 선수들까지 섞여 있다. 각자의 방식에 익숙한 선수들을 단기간에 동일한 압박 타이밍과 전환 속도로 묶어내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결국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의 성패는 전술판보다 ‘팀 빌딩’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맞설 조별리그는 개인 능력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멕시코는 조직력과 홈 분위기를 동시에 갖춘 난적이다. 한국이 다시 8강 이상의 벽을 넘으려면 손흥민의 한 방이나 이강인의 창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수단 전체가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손자병법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있다. 위와 아래가 같은 뜻을 품으면 승리한다는 의미다. 이번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문장인지도 모른다. 경험 많은 베테랑과 젊은 신예, 해외파와 국내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결속될 때 비로소 월드컵은 기적의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모든 조각을 하나로 엮어야 하는 인물이 바로 홍명보다. 선수 시절 누구보다 월드컵의 무게를 잘 알았던 그는 이제 감독으로서 또 다른 시험대 앞에 섰다.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넘어서는 결과만이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26명의 이름은 이미 완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이름들을 얼마나 강한 ‘하나의 팀’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한국 축구의 8강 도전 역시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skp200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