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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정당⑤] '오사카당' 뛰는데, '영등포당' 안 되는 이유
독일·일본 등 주요국, 정당 아니어도 선거 후보 추천 가능
"규제 없애야 지역 정치 성장 가능"...유권자 인식 변화도 과제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이른바 '동네 정당'이 제도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지난 2022년 1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당가입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이른바 '동네 정당'이 제도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지난 2022년 1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당가입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금지된 정당.' 지역에서 출발한 풀뿌리 정치 조직들이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한다. 현행 정당법상 지역 정당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정책을 고민하며 스스로를 '정당'이라 부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더팩트>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도 밖에 놓인 지역 정당의 실태와 한계, 그리고 가능성을 짚어봤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변화와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왜 지금 한국 정치에 지역정당 논의가 필요한지, 지역에서 시작된 정치가 과연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6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김시형 기자] 해외에서는 지역 정당이 지방 권력을 넘어 중앙정치까지 흔드는 정치 실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른바 '동네 정당'이 제도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당 필요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거대 양당 중심 정치 구조 속에서 관련 논의는 번번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와 달리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은 지역 정당 설립 자체를 제한하지 않거나, 정당이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정치단체의 선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총선과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등록정당'과 지방선거 중심의 '군소정당' 체계를 구분하고 있다. 군소정당은 기초 지방선거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국정당 수준의 재정·조직 요건은 요구되지 않는다. 이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등록정당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2011년 이후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하며 중앙 정치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역 기반 정치세력이 지방 권력을 넘어 전국 정치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사례다.

중앙당·시도당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장벽과 함께 유권자의 인식 변화도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기 전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배정한 기자

독일은 창당을 위한 법적 요건에 제한이 없어 지역 조직만으로도 정당 설립이 가능하다.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뿐 아니라 유권자 연합체 등 다양한 정치적 결사체도 후보 추천과 명부 제출에 참여할 수 있다.

일부는 중앙정치와 연대해 연방선거에도 참여한다. 바이에른 주 '기사련'은 전국정당인 기민련과 연대해 연방선거에 참여한다. 기민련은 바이에른 주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기사련과 함께 연방하원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역 정당의 선거 참여 문턱이 낮은 편이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정당뿐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정치단체 역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사카유신회는 지방정치에서 세를 키운 뒤 전국정당인 일본유신회로 확장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오사카도 구상'을 핵심 의제로 지방 행정 개편을 추진하며 존재감을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중앙 정치까지 진출했다. 일본유신회는 중의원에서 제3당 수준 의석을 확보하며 자민당 중심 정치 구도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당·시도당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장벽과 함께 유권자의 인식 변화도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기 전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배정한 기자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2014년 창당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기존 양당 체제를 흔든 대표 사례다. 청년 실업과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벌어진 대규모 사회운동 '분노한 사람들' 운동을 기반으로 성장한 포데모스는 반부패·반기득권 노선을 내세우며 급진 좌파 돌풍을 일으켰고, 창당 직후 스페인 제3당으로 올라섰다.

구자동 과천시민정치당 대표는 포데모스를 지역 정당 활동의 주요 참고 사례로 꼽았다. 그는 "유럽은 지역 정당 역사가 오래됐고, 지역 기반 정치세력들이 연합해 중앙정치까지 진출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며 "스페인 사례를 보면서 지역 정당이 단순한 주민 모임이 아니라 정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실험이라는 점을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지역 정당이 지방에서 출발해 중앙 정치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양당 중심 정치 지형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 기반 정치세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거·정당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왕희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은 "해외는 지역 정당을 특별히 허용한다기보다 우리처럼 지역 정당을 금지하는 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기반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중앙당·시도당 요건 등 높은 장벽이 유지되는 한 지역 정당은 결국 생업을 마친 사람들이 저녁 시간 잠깐 모여 활동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당·시도당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장벽과 함께 유권자의 인식 변화도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기 전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배정한 기자
중앙당·시도당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장벽과 함께 유권자의 인식 변화도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기 전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배정한 기자

유권자 인식 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윤 회장은 "중앙 정당은 개헌이나 특검처럼 전국 단위 정치 현안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반면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생활 문제나 작은 정책 의제는 정치 테이블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 주민 입장에서는 정당이 너무 멀리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지금은 '정당은 다 똑같다', '기존 정당도 싫은데 왜 또 정당을 만드느냐’는 반정치 정서가 강한 것도 현실"이라며 "결국 지역 정당이 실제 활동을 통해 '우리 동네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haezero@tf.co.kr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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