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안착 위한 글로벌 자금 유입 기폭제 기대
핵심 조항 보류에 실효성 우려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상장사 합병 시 주가 외 다른 자산가치들을 산출해 계산하는 '합병 공정가액법'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 직전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던 상장사들의 관행도 종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본시장 해묵은 과제였던 합병 가치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8000피' 고지에 진입한 한국 증시도 더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5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날 상장사 간 합병 시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기존 시가(주가) 중심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공정가액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상장사가 합병할 때 오직 주가만 자산가치에 반영되는 맹점이 존재했다. 대주주들은 이를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합병 시점을 저울질하고 주가를 고의로 억눌러 합병 비용을 줄이는 저가 합병을 일삼을 수 있었던 탓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등이 포함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알짜 기업들의 과도하게 저평가된 주가에 묶어두면서 소액주주나 외인 투자자들은 재산적 손실을 봐야 했던 사례다.
특히 대주주들의 고의적 주가 낮추기 행태는 외인 투자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기피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혀 왔다. 아무리 실적 등 펀더멘탈이 좋은 기업이라도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주 가치가 하루아침에 훼손될 수 있는 시장에 장기 자금을 묻어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한국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실제 내제가치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 대주주가 합병 전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릴 유인 자체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합병 공정가액 도입이 글로벌 자본시장에 한국 증시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간 거버넌스에 취약한 한국 시장 비중을 엄격히 제한하던 글로벌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 대형 기관들의 자금들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8000선을 넘어 더 오를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법안이 완전한 주주 보호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팽팽하다. 인수합병(M&A) 시장의 과도한 위축을 우려한 재계의 반발에 밀려, 개정안 내 일부 핵심 요소들이 막판에 유보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가액 선정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합병 특수관계인의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의결권 제한 조항이 빠진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불공정 합병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 이사회와 회사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강화 방안 역시 보류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핵심적인 징벌이나 감시 조항이 대거 유보되면서 상장사들이 법망을 피해 또 다른 우회 통로를 찾을 수 있는 우려가 여전하다"면서도 "가산 산정 방식이 바뀐 것만으로도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나, 코스피 8000선을 지키고 장기적인 우상향 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시작으로 이사회 책임 강화 등 후속 입법을 통해 제도의 실행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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