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피크아웃 가능성"…하반기 반도체 투자심리 둔화 우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7000조원을 돌파했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 통과 가능성을 둘러싼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도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주 급등세를 타고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나, 국내 증시가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 중심 구조로 재편된 만큼 업황 둔화나 실적 기대치 하향 시 코스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론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8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합계는 7037조797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시총이 7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6367조원, 코스닥은 670조원 규모다. 지난달 27일 처음 6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단 8거래일 만에 1000조원이 추가되며 전례 없는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코스피는 오전 10시 53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67% 오른 7848.21을 기록하며 장중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돌파했다.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28만6750원, SK하이닉스는 188만9000원까지 오르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번 급등세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텔,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직접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인텔의 애플 차세대 칩 공급 계약 소식과 AI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이 국내 반도체주 전반의 매수세를 자극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술주 강세와 AI·메모리 업황 기대가 당분간 코스피 추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애플과 인텔의 칩 공급 계약 소식 등에 나스닥 중심으로 급등한 가운데 주 초반부터 반도체주를 필두로 코스피의 추가 레벨업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들어 시장 내부에서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3.5%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 역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췄다. BNK투자증권 또한 SK하이닉스 실적 기대치 둔화를 반영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등 일부 기관들은 이미 실적 부담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코스피 상승이 반도체 업종의 지속적인 초과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15배를 웃돌며 비반도체 업종과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크게 확대된 상태다.
시장 한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릴 경우 국내 증시 전체가 동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피크아웃 논쟁이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경우 현재의 초강세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9월부터는 반도체 투자 심리 피크아웃 등이 대두될 수 있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차익실현이 출현할 수 있어 가을철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거시경제 환경도 부담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글로벌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6월을 거치며 에너지발 물가의 2차 전이 속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며 주요국의 매파적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를 비롯해 비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 옵션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장의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반도체주 가치 재평가를 바탕으로 코스피 상단을 8600선까지 제시했고, 글로벌 IB들 역시 메모리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8500선 수준까지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망 역시 반도체 업황의 지속적인 호조가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8000포인트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반도체 이익 추정치 상향 흐름이 이어질지, 비반도체 업종의 급격한 멀티플 확장이 실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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