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국민기업 책임 되새겨야

[더팩트ㅣ광주=김승일 기자]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21일로 예고한 총파업 날짜가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구성된 '주주행동 실천 본부'는 "망국 파업"이라며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생산라인이 멈춰버리면 대만 TSMC 등 경쟁 업체에 반사이익만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은 주주와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과도한 성과급과 이를 둘러싼 노사, 노노 갈등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만큼 삼성전자 총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경제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를 인용해 보도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로 부적절하다"라고 답변했다. 국민 10명 중 7명꼴이다.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 하락'(33.3%)이 1위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등 기업이다. 생산 차질로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국가 및 세계 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총파업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10%, 11%로 내려 잡았다. 성과급 관련 충당금이 실적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각급 경제 및 시민사회단체도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를 '망국적'이라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주주단체는 '파업에 참여해 손실을 입힌 노조원 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의 파업이 당장 삼성전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란 추측은 기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기업'이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시급한 혁신을 소홀히 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회사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90~2010년 사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핀란드 노키아를 보면 안다. 이 기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23%를 담당할 정도였다. 핀란드의 국민기업으로 군림했던 노키아는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기고 몰락했다.
왜 그랬을까. 기존 성공의 틀에 갇혀 세계 시장의 흐름에 둔감해지고 현장 혁신 능력을 상실한 탓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많은 MBA(경영대학원)에서 성공 사례로 제시됐지만, '1등 기업의 저주'에 결려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등의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할 때도 기존 운영체계였던 '심비안'을 고집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오자 한 손으로 작동시키기 힘든 폰을 왜 만드냐고 조롱했다.
전략적 오판이었다. 혁신보다는 거대하게 관료화된 조직의 운영비를 줄이는 데만 신경 썼다. 2010년쯤에는 노키아폰의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로 밀려나고, 주가도 전성기에 비해 20분의 1로 줄었다. 모토로라와 소니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이를 보면 삼성전자의 미래도 겹쳐진다. 글로벌 출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등만 살아남는 구조다. 지금은 회사의 기술 혁신과 전략적 투자 등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이럴 때 불거진 파업 논란은 모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노사 갈등과 파업 리스크가 삼성의 미래, 국가 경제의 앞날을 가로막는 '트리거'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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